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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터뷰] 김사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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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1-10 17:11 조회1,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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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현장,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원장 김사인 회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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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먼저 세교뉴스레터 창간호의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8년 3월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 부임하신 것을 세교 회원들도 잘 알고 있는데, 세교뉴스레터의 성격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움직임을 고려할 때 가장 이야기 듣고 싶은 분 아닐까 싶습니다.


김사인  하하, 영광입니다. 제가 당첨이 되었군요. 


남상욱  네. 오래 시인으로 활동하고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갑작스레 기관에 원장으로 부임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수락하신 동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김사인  글쎄… 갑작스러웠습니다. 통상 번역원이라고 불리지만 정확한 이름은 한국문학번역원입니다. 보통 ‘한국문학’은 생략하고 ‘번역원’으로 부르는 게 일반화되어 있지요. ‘번역원’이라고 하면 왠지 외국어에 능한 사람만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 쉽고 실제로 이제까지의 원장은 다 외국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들이 해오셨죠.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잉글리시’의 영문이기도 하고요(웃음)―할 수 있는 일인가 약간 당혹스러웠는데, 정관을 찾아 읽으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정관의 목적 조항은 한국문학의 발전 및 세계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한국문학의 발전 및 세계화’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이걸 읽고 한국문학의 현장에 좀더 가까이 있어온 사람으로서 보탤 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특히 세월호와 촛불을 거쳐오는 시기에 잔심부름이라도 할 것이 있다고 하면 성심껏 거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한국문학의 총괄 외교부로서 번역원


남상욱  부임하신 지 10개월 정도 지났는데, 한국문학번역원 소개를 겸해서 그간의 경과를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사인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996년의 한국문학번역금고가 모태가 되어 2001년 한국문학번역원이 발족되는데요. 20년이 채 안 되는 그동안 40여개 언어권에 1500종가량의 한국문학―인문서도 일부 포함됩니다만―번역 및 출판을 지원했습니다. 기관의 인적 규모나 예산 수준을 고려하면 잘해낸 편이지요. 물론 지난 정권 시절 문화정책과 관련해 블랙리스트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그런 환경에서 번역원은 나름대로 지혜롭게 대응해왔다고도 생각합니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해온 기관인데, 무엇보다도 수십개국과 문학교류, 문화교류를 하면서 축적된 번역 및 해외출판과 관련된 실무적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는 국가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은 번역원이 수행해야 할 애초의 임무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남상욱  그러고 보니 번역원이 처음 설립될 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돌아보는 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사인  번역원이 설립된 2000년 전후에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우리도 노벨상 한번 타야지, 맨날 외국 책만 번역하고 우리 것은 왜 외국에 못 나가나 하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열망이 한국문학번역원의 설립을 추동한 모티브가 아니었나 싶고요. 한권이라도 더 번역해서 서양에 내는 데 급급했고, 그 성과가 앞서 말씀드린 40여개 언어권의 1500여종입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이제는 번역원이 해외 출판을 지원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번역과 해외출판을 중요한 몫으로 삼되, 그걸 넘어서 한국문학 전체에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문학의 해외교류본부, 또는 제가 잘 쓰는 표현으로 ‘한국문학의 총괄 외교부’로서의 소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다양한 차원과 영역의 문학교류를 기획하고 실행, 지원하는 기관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에 충분한 역량, 충분한 실무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추었다고 봅니다.


남상욱  말씀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일본 같은 경우 메이지 국가가 설립될 때 국가에서 번역국을 만들어 해외의 수많은 자료를 국가 차원에서 번역했습니다. 전후에는 민간 에서 자발적으로 나섰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을 받는 데는 국제펜클럽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문단으로부터 형성되는 작가 네트워크가 힘이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나름 번역대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도 그러한데, 번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 우리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국가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펜클럽과 다른 나라의 펜클럽, 작가와 작가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되려면 번역원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사인  노벨문학상 얘기가 나오면 누가 됐건 꼭 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왜 비굴하고 천박하게 노벨상에 연연하느냐는 입장으로 나뉘는데, 저는 우리 사회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욕망의 심층에는 누가 받느냐를 떠나서, 한국문학이 독자적인 하나의 문학단위로서 세계문학계에서 떳떳한 시민권을 아직 얻지 못했다는 초조감이 한편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 국가가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추어 어떤 나라보다 번듯하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유엔 가입 등의 방식으로 국제적 공인을 얻지 못할 때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습니까. 한국문학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커진 덩치와 여러 자부심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공인이랄까, 유엔 가입에 비할 그것을 얻지 못했다는 무의식이 노벨문학상에 대한 초조감으로 표출되지 않나 싶고요.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한 국가적 갈증에 부응하는 노력을 기울일 책임이 당연히 번역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상욱  외국에서 생활해보면 대학이나 공공도서관에 한국문학 작품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미 1500종의 번역출판이 지원된 만큼, 앞으로 번역된 한국문학에 기웃거리는 외국의 누군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번역원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씨앗이 뿌려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겠고요.


김사인  번역원이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웃음) 아무튼 우리의 주관적인 자부심과 세계에서 보는 한국문학의 위상의 갭을 좁히고 극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문학의 독자성이랄까 위신을 합당한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 나아가 세계문학의 발전에도 응분의 기여를 하게 하는 것이 번역원이 고민할 일입니다.



한류와 한국문학의 세계화


남상욱  실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그 실행방법으로서 번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세교연구소에서도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를 초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요. 올해는 일본어로 번역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벌써 3쇄라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한국 책이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건 처음 보거든요.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사인  지금 말씀하신 한강이나 조남주의 소설 전에 서구 대중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로는 먼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있었지요. 그때부터 해외에서 한국문학이 크고 작은 번역상과 문학상을 받고 있습니다. 번역원과 관련해서도 지난 삼년간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을 번역 출판하겠다고 스스로 지원하는 건수가 세배가 늘었어요.


남상욱  세배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김사인  한국어학과 지원자도 기존의 강좌와 정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어요. 미국도 지원자를 잘라내느라 쩔쩔맬 지경이고, 프랑스에 INALCO라고 약칭되는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이 있는데, 여기서도 중국어 다음으로 한국어가 인기가 높습니다. 경쟁률이 몇해째 10대 1을 넘어섰다고 해요.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 프랑스 문교부에서 대학에 정원을 늘려달라고 사정했다고 해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쪽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산 컨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거죠.


남상욱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듯한데,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가 과제이자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김사인  그렇죠.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대전제로 두고 침착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한류 관련 최근 리포트를 읽어보면 모든 언어권에서 한류에 관심을 가진 해외 대중의 불만이 케이팝이나 한국의 대중문화, 한류에 관해 찾아봐도 읽을 수 있는 안내서나 개설서가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불만 1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다국어 번역 역량 부족 문제에 직결됩니다.


남상욱  올해 사회학자인 김성민 홋카이도대 교수가 『K-POP』이라는 책을 이와나미 신서로 냈어요. 『유레이카』라는 잡지가 케이팝 특집을 기획하는 등 일본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는데, 서구 언어권에서는 쉽지 않겠지요. 이런 책이나 글을 번역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김사인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 한국어 컨텐츠를 다국어로 번역할 높은 수준의 역량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번역원이 고민해야할 과제의 하나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근년들어 몇몇 젊은 작가들이 큰 호응 속에 해외에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한국문학이라는 개성이나 인상의 형성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괴테 하면 독문학, 셰익스피어 하면 영문학 하듯이 어떤 큰 윤곽을 형성하지 못하고 작가, 작품들이 단품으로만 소비되는 느낌입니다. 한국작가, 한국문학인 것은 거의 주목되지 않고, 서구 독서시장의 그저 재미있는 스릴러로서 취급된다는 겁니다.


남상욱  많은 한국소설들이 장르문학의 맥락에서만 소비되고 있다는 말씀일까요. 


김사인  장르문학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케이팝의 가사나 음악 형식을 두고 한국음악이 아니라고 하는 이도 있습디다만, 이들이 서양 흉내를 낸다고만 보는 건 단견입니다. 그 저변에서 한국의 음악 전통의 유전자를 읽어내야지요. 케이 리터러처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BTS가 잘나갈 때 케이팝만이 아니라 정가나 판소리 같은 한국의 음악적 전통을 해외의 대중이 당장에 흥미로워하지 않아도 소개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세계의 팬들이 BTS를 더 잘 이해하고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김언수, 편혜영, 한강 등의 작품이 붐을 탈 때 『열하일기』, 『한중록』, 『삼국유사』 등을 같이 알려서 한국문학의 활기가 이런 깊은 뿌리가 있음을 알게 돕는 것이 번역원의 임무일 뿐 아니라 한국문학 전체가 해외에 대해 지녀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대해 존중감을 불러일으키는 번역의 필요성


남상욱  동아시아의 문학적 전통에서 한중일 3개국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근현대시가 상당히 강하잖아요. 창비시선이나 문지시선처럼 한 출판사의 시선이 몇백권씩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지요. 상대적으로 그러한 시적 자산이 충분히 해외에 소개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김사인  시 번역의 특수한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결국 번역 역량의 문젭니다. 처음 번역원에 왔을 때는 어떻게든 예산을 많이 따서 적극적으로 해외출판을 준비하면 한국문학선집 2,30권 정도는 금방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와서 들여다보니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믿을 수 있는 수준에서 번역해낼 인프라가 기대보다 많이 빈약하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남상욱  돈을 왕창 쏟아 붓는다고 내년부터 갑자기 노벨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할 수준의 번역가를 키워내기란 불가능하지요.


김사인  이 길은 왕도가 없어요. 문학적 감수성과 어학능력을 함께 갖추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기란 쉽지 않습니다. 실용영어야 다들 얼마나 잘해요. 문학작품의 번역은 그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한 국가가 세계무대에서 자기 존엄을 지키고 자기를 키워나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국가적 전략 역량이라는 점을 안팎의 관계자들이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한 기관의 목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더 깊고 장기적인 시야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우리 번역역량으로 대규모의 전집, 선집 기획이 어느 선 이상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걸 한꺼번에 무리하게 쏟아넣으면, 그다음의 여타 번역을 수행할 역량이 소진되고, 무엇보다도 단기간의 재촉으로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잖아요? 이게 우리의 진땀나는 현실입니다.


남상욱  그래서 번역아카데미가 필요한 것일까요?


김사인  단숨에 해결되지 않지요. 번역아카데미는 교육기관이에요. 꼭 10년쯤 되었네요. 2008년 발족해서 소리소문 없이 군불을 때온 셈입니다. 그 결과로 데버러 스미스, 소라 김 러셀, 아그넬 조셉처럼 새 세대의 번역가들이 나타났어요. 번역아카데미는 1년에 20명 내외의 외국 학생을 선발해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합니다. 2년 교육 과정으로 1주일 수업은 15학점 내외. 20명 내외면 많을 듯한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다섯 언어입니다. 그러니까 한 언어권에 서너명 내외인 셈이죠.


남상욱  공부하다가 그만두는 학생도 있을 텐데요.


김사인  그렇죠. 문창과 나온다고 다 작가가 되는 게 아니듯이. 하지만 금년만 해도 번역상을 받는 등 인재들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기대가 큽니다. 번역아카데미를 기획했을 때는 학위를 줄 수 있는 대학원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을 희망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공인증서가 주어지지 않으니 좋은 학생들이 오지 않거나 폭이 좁아지지요. 게다가 소수 언어권 쪽은 정말 어렵고요.


남상욱  번역아카데미가 대학원대학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한국학이 성황이라 외국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많이 와 있기 때문에 제휴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김사인  제휴와 학점교류 등 여러 방면을 추진하고 있어요. 번역아카데미와 관련해서는 번역원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별도의 교육기관으로 투자해서 키우면 좋겠다 싶어요.


남상욱  여담일 수도 있는데, 최근 한국의 문화적 약진 때문에 일본은 ‘쿨 재팬’ 정책의 일환으로 컨텐츠를 육성하면서 번역에 엄청난 비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경제통상성 같은 곳에서 문화 컨텐츠의 번역 지원을 하는 것이죠.


김사인  일본은 ‘번역입국’의 나라지요. 번역에 관한 한 우리와 같이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아픈 것은, 서구권이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는 존중감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에 대한 태도는 그에 못 미칩니다. 우리의 문학과 문화적 전통이 존중받자면 더 많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번역원은 한국문학의 경계를 고민하는 곳


남상욱  원장님이 하신 인터뷰 중 북한문학이나 디아스포라문학도 번역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한국문학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을까요?


김사인  번역원의 역사가 20년 가까이 되고 양적 실적은 놀라운 바 있지만, ‘한국문학의 발전과 세계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인 기관에서 막상 그동안 한국문학이 무엇이며 그 가운데 선후와 경중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고민하는 상설기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외사업본부와 나란히 ‘문학진흥본부’라는 조직을 2019년 1월 1일부로 출범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한국문학’이란 이름으로 서울 중심의 한반도 남부지역, 그것도 엘리트 문단문학만을 무의식중에 지칭해온 지가 오래인데요,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이것이 과연 온당한지 물어야 합니다. 헌법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듯이, 남북한 문학과 해외동포문학 들을 한 시야에 넣고 어떤 형식으로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문학적 총체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의 고민을 포함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남상욱  공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한국문학의 범주를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요.


김사인  그렇지요. 최남선, 이광수 이후 20세기 문학만 한국문학인 것은 아니죠. 한자로 기록되어 있는 지난 2천년의 문학유산을 번역원 사업 안에 적극적으로 안아들여야 합니다. 앞 얘기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지금 해외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근데 우리가 그에 부응할 북한 관련 번역 컨텐츠를 거의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궁금하다 못해 자기들 식으로 북한문학선집을 만들 판이에요.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그들에 의해 멋대로 북한문학선집이 구성되어버리면, 우리가 내는 것은 자동적으로 ‘남한문학선집’이 되고 말아요. 그렇게 되면 다시 하나로 아우르는 건 당분간 어려운 일이 됩니다. 잠이 안 올 정도로 아찔한 일이에요. 우리가 남북한을 하나로 아우르는 기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해외출판사들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상욱  세교연구소에서도 북한 이슈를 자주 다루는데, 문학이나 문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과제로 삼아야겠습니다.


김사인  북한문학을 한 울타리 안에서 아우를 적정한 비중과 방식, 이름 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남녘의 박경리와 더불어 북녘의 이기영, 한설야, 노령의 조명희, 일본의 김석범과 중국의 김학철 이렇게 함께 어우러질 때 범 한국인문학의 스카이라인은 장엄하지요. 이런 20세기 한국문학에 담긴 역사적・정치적 경험의 폭과 깊이를 세계의 독자에게 한국문학의 이름으로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상욱  저도 김석범이나 김시종의 글을 통해 한반도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한국적(조선적)’이란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문학의 발전이라는 거대한 사명감 속에서 일하시지만 그 속에서 문학인으로서 내적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국문학의 어떤 측면을 외부적인 시선에서도 보고 계시니까요.


김사인  현실 국적의 문제를 넘어서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접근하되 우리 문학의 본래의 테두리를 회복하자는 거지요. 번역원에 오지 않았다면 절감하지 못했을 공부를 하는 셈입니다.(웃음)



대중에게 다가가는 세교가 되길


남상욱  밖에서 세교연구소 및 창비를 보시니 어떠신가요? 세교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요?


김사인  세교연구소는 한반도 현실을 전지구적 견지에서 고민하자는 일종의 범민족적 싱크탱크 아닌가요?(웃음)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의 고민이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원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세교의 일을 열심히 거드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자주 출석하지 못하는 것을 자위합니다. (웃음) 창비와도 뗄 수 없을 텐데, 창비는 한국문학과 다른 지적 소출들을 해외의 독자들도 더 읽을 수 있도록 실무적 노력을 쏟았으면 합니다. 해외시장 진출이나 저작권 수출이라는 말로 표현될 텐데, 제한된 국내 독서시장을 넓히는 의미도 있고 출판사의 본연의 소임이기도 합니다. 세교의 경우는 연구의 결과를 대중들과 나누는 방식을 좀더 고민해봤으면 하고요. 세교연구소가 정말 중요한 역량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엘리트 중심의 연구모임 단계의 느낌이 강하지 않은가. 물론 창비학당처럼 대중강의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할 게 남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남상욱  공부하고 토론하는 일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무엇보다도 한국문학과 그 번역을 따로따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과 번역을 하나의 틀거리 속에서 함께 사유해야 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번역은 세교와 창비의 생각들을 대중과 나누는 방법의 문제와도 결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교뉴스레터 창간호에 걸맞은 소중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8년 12월 19일,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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