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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중국경제 전망의 정치화와 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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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11-03 15:30 조회5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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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한국은 2022년 10월 2.0%에서 이번 10월에는 1.4%로 낮아졌다. 중국의 경우는 4.2%에서 2023년 5.0%로 높아졌다. 추세나 절대수치 모두 한국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는 한국경제보다 중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보다 더 민감한 쟁점이 될 이유는 있다. 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이 경제실적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도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어, 역사적 혹은 이념적 정당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이로써 절차적 정당성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공산당은 자신이 인민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고 있다는 실적을 내세워 통치정당성을 확보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경제실적과 체제안정 사이의 연관성이 높다. 즉 경제실적 악화가 체제위기로 이어지기 쉽다. 시진핑과 공산당 중앙으로 권력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그러한 위험은 더 커졌다.


한편 중국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확산돼 온 상황에서는 중국경제의 불안요인을 환기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구매력평가지수(PPP)로는 중국경제 규모가 2010년대 중반에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2022년 1인당 GDP는 약 1만3000달러로 세계 70위권이다. 중국은 양적 발전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을 통해 고소득 국가군에 진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쉽지 않은 과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발전해 갈 수도 있지만,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출현하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국경제의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 중국경제의 몰락이 결정된 것처럼 단정하고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이는 외교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중국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정치적 필요 따라 중국경제 재단해서야


과도하게 정치화된 중국경제 전망이 중국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는 특별한 경제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2023년 중국경제의 분기별 전년(2022년) 대비 성장률은 1분기 4.5%, 2분기 6.3%, 3분기 4.9%를 기록했다.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높은 성장률이다.


물론 불안요인이 없지는 않다. 역설적인 것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2분기 실적이 우려를 확산시켰다. 2022년 2분기에 중국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봉쇄정책이 다시 강화되며 경제가 제자리걸음 했는데 그로부터 6.3% 성장한 것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전기(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2분기 성장률은 0.8%p 성장에 머물렀다. 1년으로 환산할 경우 3.2% 성장에 해당된다. 그런데 3분기에는 2분기 대비 1.3%p 성장으로 반등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전후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 중국경제에 대한 평가가 과도한 낙관론이나 비관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더 객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해 3분기에 성장세를 회복했다고 하지만 4분기 실적이 어떨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2023년 1분기 성장세가 2분기에는 크게 둔화된 바 있다. 이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 강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무역 부문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고금리는 중국 증권시장 등에서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계속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에는 방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에 감춰져 있었던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나자 소비나 투자가 다시 위축되었던 것이다. 정치적 요인도 적지 않았다. 중국정부 역시 방역해제 효과에 기대며 민영경제에 대한 통제 등과 같이 소비나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를 조정하는 노력에 소홀했다. 4월 반간첩죄 개정도 공산당과 정부가 발전보다 체제안전에 더 관심을 쏟는 신호로 간주됐다.


3분기 이후 극단적 비관론 수그러들 듯


중국정부는 6월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기 하방압력에 대한 대응책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이후 동결했던 1년만기와 5년만기 중앙은행의 대출우대금리(LPR)를 올해 6월 각각 0.1%p 인하했다. 7월 24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중국경제에 여러 도전이 제기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하반기 경제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전후로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7월 12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 내 대표적 인터넷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플랫폼경제의 긍정적 역할을 평가하고 규제개선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7월 19일에는 중공중앙과 국무원 공동명의로 '민영경제발전과 확대를 촉진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7월 28일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소비 회복과 확대를 위한 조치와 관련된 통지'를 각각 발표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의 조치도 뒤따랐다.


사실 이 정책들은 대규모 경기부양책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공산당과 정부가 당분간 유연한 경제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주는 효과가 있었고, 그에 따라 최근 위축된 무역 부문을 대신해 소비회복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이는 공산당과 중국정부의 상황 대응능력과 함께 중국 경제가 상당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구매력평가지수로 경제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시장규모가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다. 국가 개입이 강하지만 계획경제와는 완전히 다른 경제체제다. 제조업 생산액은 전세계 30%에 가까운 비중을 점하고 있다. 규모만이 아니라 질적 발전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개발비 지출이 미국에 근접하는 세계 2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63개 주요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미국 25개의 뒤를 이어 18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오도된 인식에 기초한 정책은 곤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중국경제에 대한 극단적 비관론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인식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정치의 권위주의적 성격에서 경제적 실패를 직접적으로 도출하는 식의 인식이다. 이 두 문제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하는데 희망적 사고가 이 구분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즉 중국정치의 권위주의적 성격에 대한 비판적 인식 때문에 중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면밀한 검토없이 쉽게 수용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한국경제와 외교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식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경우 대중정책의 방향을 잘못 설정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을 전후로 제시된 성급하고 비현실적인 탈중국론이 이에 해당된다. 중국과의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이나 유럽도 최근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처리하는 원칙으로 디커플링이 아니라 다변화와 위험 관리를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과의 외교적 접촉면을 넓히며 고위급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경제의 동향에 어떤 나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은 미국·유럽보다 뒤처져 있다. 대외관계에서 가치의 추구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오도된 인식에 기초해서는 안된다.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평가에 기초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창작과 비평 주간

내일신문 2023년 10월 26일

https://www.naeil.com/news_view/?id_art=47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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