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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녹색세상] 쓰시마의 미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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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10-06 16:19 조회7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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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는 일본 도쿄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쓰시마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쓰시마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근 쓰시마시 의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진 게 이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많은 경우에 그렇듯, 이런 이익과 피해를 함께 수반하는 큰 국책사업은 발표만으로도, 심지어 소문만으로도 주민들을 대립하게 만든다. 

세리나는 원래 이런 일에 관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반핵운동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후쿠시마에서 멀지 않은 미야기현에서 겪었기 때문에 원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가 해결해 줄 일이었고 자신은 삶을 헤쳐나가기도 바쁜 많은 일본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까운 선배 관광 가이드에게 쓰시마의 핵폐기물 처분장 이야기를 듣고 주민들의 동요를 지켜보면서 세리나는 반대 운동의 대표를 맡기로 결심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 쓰시마의 상황을 살피는 게 우선이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상황은 일본의 여러 지방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경제 활력의 실종을 염려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고, 쓰시마시의 의원들은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문헌조사만 신청해도 적지 않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 쓰시마에는 큰 타격이었다. 

모임의 대표가 된 세리나는 운동의 방향을 둘러싸고 지인들과 긴 토론을 벌였다.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시위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핵쓰레기든 댐 건설이든, 가장 무서운 것은 지역의 분열이다”라는 조언을 듣고는 고민이 깊어졌다. 쓰시마에는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찬성하는 주민도 있고 얼마 전의 자신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도 있다.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해 감정이 격화되면 사람들은 입을 닫게 되고 몇 세대에 걸쳐도 남는 증오 때문에 지역은 산산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세리나는 핵폐기장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쓰시마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섬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를 끌어내기로 했다. 쓰시마의 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해 섬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만들었다. 젊은 사람들과 특히 여성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핵폐기장 반대뿐 아니라 쓰시마의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이야기와 행동을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세리나는 핵폐기장을 쉽게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사업 추진 앞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이 섬과 서로 간의 관계를 지키고자 나섰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창립 30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반핵 아시아포럼’에서 만난 빛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이는 한국의 여러 곳에서 원전의 운영, 확대, 폐기물 처분, 의사 결정을 둘러싸고 경험했던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고통과 피해를 떠올리게 한다. 쓰시마의 이야기에서 우리를 발견하면서 우리 역시 그들과 소중한 지혜와 격려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2023년 9월 21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921203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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