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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공산당은 중국을 어떻게 통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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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7-06 12:10 조회1,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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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의 중국 톺아보기] 중국을 어떻게 통치하는가



중국에서 권력집중은 단순히 개인독재 차원이 아니라 정부 업무에 대한 공산당의 체계적이고 직접적 개입의 강화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길이 시진핑으로 통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길, 특히 분공 체제 내 계통의 운영방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중국과의 관계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6월 20일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기부자 모임에서 시진핑을 "독재자"(dictator)로 지칭해 작은 파문이 일었다. 중국과 미국 당국 모두 이 발언의 파장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일단 미중관계의 안정화라는 흐름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시진핑이 2012년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개인권력을 강화해온 것에 대한 서구의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민주' 대 '권위주의'라는 구도를 앞세워 미중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해왔다.

개인권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비판은 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을 약화시키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겠지만, 중국정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정책결정이 개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가 개인의 결정에만 의존해 움직일 수는 없으며 일정 정도의 분권과 분공은 불가피하다. 분권과 분공의 메커니즘은 중국 정치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름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정분리에서 '대구관리'의 강화로


우선 시진핑 개인의 권력강화가 공산당으로의 권력집중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은 당정분리를 정치개혁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념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공산당이 전문성과 과학성이 중요한 경제, 사회 관련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혁개방 시기 경제개혁이나 발전 관련 업무에서 국무원과 총리의 권한이 증대됐다. 장쩌민 시기 국유기업 개혁,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의 굵직한 결정이 국무원과 주롱지 총리 주도로 이뤄졌다. 후진타오가 총서기를 맡던 시기에는 과도한 분권으로 누구도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런 상황은 시진핑체제 출범 이후 변화했다. 주요 의제에 대한 총서기의 권한이 뚜렷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2013년 당 중앙에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2017년 이후 '전면심화개혁위원회'로 개편)를 신설하고 그 조장을 총서기 시진핑이 맡고 총리인 리커창은 부조장을 맡았다. 과거 총리가 주관하던 경제개혁 관련 사안을 당 총서기가 관장하게 됐다. 이는 국무원이 관할하던 업무를 공산당이 직접 관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2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안에서 이 흐름은 더 명확하게 제시됐다.

이 개혁안에 따라 공산당 중앙조직부는 국가공무원국 업무를, 중앙선전부는 언론·출판사업·영화사업 업무를, 중앙통전부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국가종교사무국·국무원화교판공실 업무를, 중앙기율감사위원회는 신설된 국가감찰위원회 업무를 직접 관할하게 됐다. 시진핑은 이 개혁안을 설명하면서 당정분리나 당정합일이 아니라 '당 영도 하의 분공'을 당정관계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2023년 2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개혁안에서는 중앙금융위원회 중앙과기위원회 중앙사회공작부 등을 설치해 경제영역의 핵심사안에 대해서도 당 중앙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중앙이 종합적 노선과 방침을 결정하고 정부, 즉 국무원이 구체적 정책 결정과 집행을 관장하는 시스템에서 당 중앙의 감독 하에 당 중앙에 설치된 부서들이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지도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1953년 마오쩌둥이 당시 총리 저우언라이가 이끌던 정무원이 주요 국가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불만을 표시하며 당 중앙의 관련 부서들에게 해당 부분의 정부기구를 직접적으로 지도하도록 한 것과 유사한 변화다.

이러한 방식은 '대구관리'(對口管理, 당의 부서와 정부 부서 사이의 업무 상 지도-피지도 관계를 의미. 예를 들어 당 중앙의 농촌 부서가 정부의 농업 관련 부서를 직접 지도)라 불렸다. 이는 정책 결정과 집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당 중앙의 업무와 권한이 과도하게 커져 정책결정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행정 부문의 역할을 위축시키게 된다.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의 문제도 이런 의사결정 및 정책집행 구조와 관련이 있다.


당 지도부들의 분공과 '계통'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분권과 분공이다. 당 영도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당 중앙이나 최고지도자가 모든 주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할 수는 없다. 핵심사안은 직접 관장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업무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와 기구에 위임해야 한다.

공산당 중앙 정치국원이 국가의 주요 업무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관련 인사와 기구들의 네트워크는 계통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왕이(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가 중심이 되고 친강(외교부장 겸 국무위원) 등 외교 관련 부서들의 책임자들이 연결되는 것이 외교 계통이다. 외교·군·안전계통은 2022년 10월 당대회를 거치며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지만, 경제 영역은 올해 양회가 끝날 때까지도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 국무원 분공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진핑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제1부총리인 딩쉐샹을 포함한 부총리 4인이 그동안 국무원 경력이 없었던 것도 그 역할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의 역할은 3월 양회 이후 점차 분명해졌다.

우선 딩쉐샹은 발전 및 개혁, 교육, 과기, 재정, 생태환경 등 경제 영역의 주요 계통(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 교육부, 과기부,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등의 부서)을 관장한다. 경제 분야에서 딩쉐샹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허리펑은 자연자원과 건설, 교통, 상무, 금융 관련 부서를 관장한다. 허는 무역과 금융 의제 관련 미중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 지도부에서 유사한 역할을 맡았던 류허 부총리가 과학기술 분야까지 관장했던 것에 비하면 권한이 조금 축소됐다.

예상보다 딩이 경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딩은 이례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시진핑 비서실장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직을 겸임하고 국가안전위원회 부주석직 등의 요직을 맡아 당무 계통과 안보·안전 계통을 총괄하는 차이치와 함께 새 공산당 지도부의 실질적 투톱을 이루고 있다. 7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가장 젊은 딩은 정무관료라는 이미지를 벗고 차기 지도부에서 더 높은 직을 맡을 수 있는 길을 넓혔다.

나머지 2인 부총리 중 장궈칭은 공업과 정보화, 응급관리, 국유자산 감독관리, 시장감독관리 등의 계통을, 류궈중은 수리와 농촌농업, 위생 및 의료 계통을 각각 관장한다. 새 지도부 구성에서 여성으로 최고위직에 오른 국무위원 천이친은 민정과 노동 및 사회보장, 체육 계통을 관장한다.

경제 분야 분공 체제는 그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적 역할을 하는 딩과 허가 시진핑의 측근이라 경제정책 결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관료체제 내에서 구축된 전문성을 존중하며 업무를 수행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즉 공산당 통치의 강화를 위해 안전과 이념을 강조하는 정책기조와 공산당 통치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 과제인 발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들에게 부여된 가장 핵심적이자 또 어려운 과제다.


경제분야 분공체계는 여전히 의구심

중국에서 권력집중은 단순히 개인독재 차원이 아니라 정부 업무에 대한 공산당의 체계적이고 직접적 개입의 강화로 진행되고 있다. 즉 노선이 정책으로 전환되고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 꽤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모든 길이 시진핑으로 통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길, 특히 분공 체제 내 계통의 운영방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중국과의 관계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창작과 비평 주간

내일신문 2023년 6월 29일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6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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