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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대선 결과 흥분마라, 헌법은 공동체를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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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3-14 17:23 조회3,6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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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탄생’ 낸 차병직 변호사 인터뷰


“대선은 주권행사 방식의 하나다. 하지만 국민 각자의 권한이란 서글프게도 한 표에 불과하다. 주권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면 결과에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 운영을 잘하기를 바라야 하는가, 아니면 실수 연발하여 폭망하기를 기도해야 하겠는가? 이념 간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 공동체의 위기로 작용하지 않을 때 우리 헌법의 가치는 지켜질 것이다.”


차병직 변호사는“헌법은 추상적인 근본 규범이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주권자라는 의식을 투영한다면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차병직 변호사는“헌법은 추상적인 근본 규범이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주권자라는 의식을 투영한다면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우리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헌법이 대선을 앞둔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묻자 차병직(63)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냈고,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해 온 차 변호사의 책 ‘헌법의 탄생’(바다출판사)이 최근 출간됐다. 2016년 나온 공저 ‘지금 다시, 헌법’에 이어 헌법에 대한 저서로는 두 번째다. 이번 책의 주제는 헌정사를 통해 본 세계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중국,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헌법의 탄생 과정을 짚었다. 그 과정에서 인권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차 변호사는 “근대 헌법은 왕조에서 국가로 넘어오는 주권 혁명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인간 역사에서 주권 혁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그걸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해하기 쉽다 생각해 정리를 해봤다”고 했다.


그는 “헌법이란 국가 운영을 위한 규범이라기보다는 주권자인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인간이 되려면 결국 국가 공동체 질서 내에서 개인을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 최우선으로 생각해도 곤란하고, 전체주의적 국가 질서를 먼저 내세워도 곤란하다. 그 조화를 어떻게 이루느냐가 바로 현대 정치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투표로 뽑는 위정자들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각성을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근대국가와 헌법의 형성 과정을 생각하다 보면 그러한 인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된 우리 헌법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 자체가 세계사에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는 차라리 우리 헌정사가 오히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우리는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연합군에 의해 주권 혁명의 결과를 안게 됐다. 이후 군부 독재 등을 거치면서 민주화를 이루어낸 과정 자체가 대한민국의 헌정사라 생각한다. 우리 헌정사의 고유성은 우리 헌법의 성격이 독특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나라나 다 가지고 있는 헌법의 기반 위에 우리만의 헌정사를 스스로 연출한 데서 온다.”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요청하는 세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헌법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인간이 모든 일의 최종 결정권이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법에 맡기기 시작하면 인간의 판단은 점점 권위가 떨어지고 결국에는 기계가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애국심은 대통령의 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따르는 것이다”라는 밥 딜런의 말을 차 변호사는 서문에 인용했다. “애국심이라 하면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애국심을 친정부 성향과 동의어로 잘못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국익이란 관점에서 애국심을 보면 불편한 감정이 줄어들 것이다. 애국심을 추상적이고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그나마 헌법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헌법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국민 통합 기능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헌법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정치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차병직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조선일보 2022년 3월 9일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2/03/09/YYVYZWI3NFAWNKB3YQPU3E6Y7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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