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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 길 잃은 K-콘텐츠의 역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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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1-03 15:15 조회7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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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새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이 드라마의 방영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첫날에 이미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에 협찬한 기업들의 불매운동까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중단된 ‘조선구마사’보다 반감의 정도가 강하다. 그것은 ‘설강화’가 1987년이라는,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근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거세다. 한편에서는 팩션이라는 말이 역사왜곡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거세게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허구적 해석의 자유를 옹호한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로 K-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구마사’에 이어 ‘설강화’까지, 방송사의 대표적인 기대작들이 연일 거센 저항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3월 ‘설강화’의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이미 한차례 시청자들의 의심을 산 상태였기 때문이다. 완성된 드라마로 평가해 달라는 읍소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1·2화로 의심은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다 문제인 것은 방송사의 안일한 태도이다. 는 ‘설강화’ 논란에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일축하며 모든 것이 오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방송사에서 내세운 드라마 소개의 첫 단어만 봐도 명백하다. ‘87년 서울을 배경’이라는 말에서 19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조선구마사’를 방영 2회 만에 폐지하게 만든 것은 바로 동북공정이었다. 지금 ‘설강화’를 둘러싼 문제는 근대사의 소재 접근과 역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역사의식의 부재를 넘어서 의도적인 역사왜곡으로까지 의심받을 지경이다.

어쩌면 방송사의 말대로 ‘설강화’에서 간첩인 남주인공이 운동권으로 오인 받는 것은 그저 절절한 멜로를 위한 설정이자 해프닝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역사의식의 빈약함은 더욱 한심할 수밖에 없다. 영화 ‘1987’로 높아진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그저 시청률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했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OTT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K-콘텐츠의 위력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급격하게 커버린 시장 앞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K-콘텐츠가 급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트렌드에 예민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겨온 한국의 시청자들이 있다.

그들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하고 엄청난 팬덤으로 그것을 지지하지만, 무책임하고 안일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질타와 보이콧까지 진행하는 적극적인 비평가들이기도 하다.

이번 ‘설강화’ 사태가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방송사가 이 논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없어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번번이 모든 책임이 외주 제작진이나 출연한 배우들에게 전가되는 식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사태가 모든 방송사로 하여금,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책임을 보다 무겁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2021년12월 24일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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