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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2022년 체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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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1-04-30 12:07 조회6,1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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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 결과가 나왔다. 국민들은 정부·여당을 단호하게 심판했다. 그리고 2022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4·7 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지만, 대선은 미래를 선택하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2022년의 시대정신과 화두로 ‘공정사회’와 ‘해결사로서의 국가’(김호기 교수), 기후위기, 양극화, 미·중 신냉전(안병진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시대정신을 ‘체제’ 관점으로 응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현재에 대한 체제적 인식이 있어야 이행을 위한 비전·정책이 체계화된다.

체제 관점은 전체와 부분, 정치와 경제 영역 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둔다. 오래전부터 도덕철학,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에서는 상위체제와 하위체제의 관계에 관한 학문적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한반도의 경우 1953년의 세계체제를 상위체제로 두면서 국내적으로는 1987년 체제를 하위체제로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87년 체제는 당시 4개 정당이 타협하여 의회주의와 자유주의의 형식을 제도화함으로써 형성되었다. 그러나 1987년 체제는 점차 적대적 양당제도로 운영되면서 승자독식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1987년 이전으로 퇴행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촛불 시민항쟁이 나타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체제로 이행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촛불연합보다는 적폐청산 프레임을 우선시했고, 양대 정당 제도를 편법적·기형적 형태로 재생산했다. 2020년 4월 총선 승리에 취한 여권은 입법 독주를 강행했다. 성공이 정점에 이르면 위기가 오는 법이다. 균형감각이 발달한 스윙 보터들은 독선·독점의 정치를 심판하는 편에 섰다.

 

2022년의 정치체제는 1987년 체제와 촛불연합의 균형점을 회복하는 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양당 제도에서 대표되지 않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체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경제 이론에 의하면, 기존 기업은 신규 기업에 비해 혁신에 소극적이다. 기존의 적대적 양당제하에서는 혁신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여권에서 4·7 선거의 패배 원인을 놓고 많은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조국 사태가 문제였는지, 부동산 정책이 문제였는지를 놓고 논쟁하고 있다. 이 논의를 체제 관점에서 종합하면, 도덕경제와 시장경제의 균형 붕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경제를 상정했다. 그는 도덕과 정의를 중시했으며, 경제는 이를 위해 인위적 관리를 행하는 것이었다. 현 정부는 정의로운 도덕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처럼 말했지만, 도덕의 기준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은 선의로 가득 찬 정책이었지만, 시장경제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잡고 적폐를 청산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결과는 대다수 국민의 괴로움으로 나타났다.

 

2022년 체제는 도덕경제와 시장경제의 균형점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경제학 사상의 단초를 연 애덤 스미스의 성찰을 참고했으면 한다. 스미스는 인간 세상을 두 개의 대립적 관념으로 제시했다. 하나는 인간의 이타적 본성 또는 동감의 세계(도덕철학)이며, 또 하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 기초한 교환의 세계(정치경제학)이다. 경제의 목표는 분배(복지)와 성장(안정성)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도덕과 시장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일련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2018년 체제를 출범시킬 기회가 있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중단되었다. 남북 및 북·미의 양자관계 차원에만 몰두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미·중 간 갈등의 세계체제하에서 한·일관계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넓은 체제 관점에서 입체적인 연결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경향신문 2021년 4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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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22030006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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