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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고등교육 개혁, 미룰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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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0-22 16:07 조회3,4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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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내년 정부 예산안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며 고등교육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비전은 담고 있지 않다. 이는 지난 7월의 ‘한국판 뉴딜’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고등교육 개혁은 2년 후에 탄생할 차기 정권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당장 할 일을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지만, 고등교육 개혁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와 엮어 성공시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절박하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써온 교육과 관련한 칼럼을 되돌아봤다. 비판적인 독자라면 대학에 돈 더 달라는 투정만 반복한다는 비아냥을 날릴 법하다. 물론 고등교육에는 엄청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투자 없이 고등교육의 질적 도약은 없다. 이미 최근 10여년 동안 투자가 방기된 탓에 대학교육의 질은 크게 저하되었고, 우리 사회의 창조력과 경쟁력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과도한 국방비 부담, 절실한 사회복지 수요에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난까지 고려하면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늘리라는 정당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쉽게 먹히기 힘들다. 공영형 사립대든, 국공립대 네트워크든 기존 개혁안은 막대한 재정과 행정 역량 투입을 요구하며, 전국적 차원의 하향식 개혁의 성격도 짙다. 아무래도 효율성이 염려되고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기득권층조차 설복시킬 큰 그림과 구체적 청사진이 필요하다.

 

대학 개혁과 지역균형발전의 긴밀한 관련성은 이미 수없이 지적되었지만, 이 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효율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등교육 개혁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이라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고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코앞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또 경쟁력 있는 좋은 지방대학이 경제의 활력을 포함하여 지역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기반이며, 대학의 발전을 통해 지방소멸에 대처할 수 있음을 많은 이가 인정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고등교육은 지방자치와 무관하게 중앙정부, 구체적으로 교육부가 주로 관장한다. 교육부는 지방소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어떻게든 역대 정권마다 공들여 정책을 펴고 큰돈을 풀어온 지역균형발전을 대학 개혁과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자체와 지역의 대학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하며, 지역사회가 대학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서 ‘지방분권’이 지방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미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이 자립적 발전의 자원과 역량이 모자라는 지방을 위해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도리어 각 지역의 살아남기 위한 소모적 경쟁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만이 아니라 각 지방 간의 격차마저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 발전이 엄청난 지리적 압축을 가져온 현실에서 ‘수도권 대 지방’의 낡은 구도를 버리고 ‘수도권 대 지방 대도시권’의 전망 위에 지방 대도시권을 키우는 것이 마 교수의 해법이다. 아마도 이미 경계가 흐려진 ‘도시 대 농촌’의 대립도 넘어서는 생태적인 권역 구상까지 필요할 것이다.

 

지방 대도시권 육성은 기존의 지자체 통폐합을 수반하니 어려운 작업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 간의 이해충돌이 첨예할 것이라서 청와대나 중앙정부로서는 주도하기는커녕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치밀한 실증적 검토와 정치적 준비가 필요하다. 어쨌든 지방 살리기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쓰는 연 수십조원 예산이 이대로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은 차고 넘친다.

 

지방 대도시권의 육성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한계사학들을 공영형 사립대 사업(교육부는 내년부터 ‘사학혁신사업’으로 개칭)으로 묶되, 턱없이 부족한 교육부 예산을 지방 살리기에 투입할 예산으로 보완하여 적정한 규모의 투자를 확보해야 한다. 지역과 대학이 서로 겉돌지 않고 함께 발전계획을 짜서 실천하고, 주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역 토호의 사학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한편으로 대학이 베푸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부실사학에 짓눌려 의욕을 잃은 교수와 구성원들도 바뀔 것이다. 거점국립대학도 지방 대도시권의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국공립대 네트워크 사업의 내실있는 방향 설정도 꿈꿔볼 만하다. 행정수도의 완성,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증원, 고질적인 수도권 부동산 투기라는 뜨거운 쟁점도 헛된 갈등을 줄이며 점차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경향신문 2020년 9월11일
원문보기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110300065&code=990100#csidxed78a0749ef21eab9e33c18734f3e6e onebyone.gif?action_id=ed78a0749ef21eab9e33c18734f3e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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