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북핵문제의 국제화 관전포인트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남주] 북핵문제의 국제화 관전포인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9-05-13 10:49 조회267회 댓글0건

본문

남·북·미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가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대화 재개보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도 그 일환이다. 유엔 대북 결의안이 금지하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전술유도무기’로 호칭해 당장 상황을 파국으로 모는 것은 피하면서도 앞으로 더 높은 강도의 도발을 행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대화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는 틈을 타서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작년부터 올 초까지 네 차례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에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해 왔다. 러시아가 4월 25일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고, 지난 2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6자회담 참여국이 모두 한반도 문제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이미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되어 있는 미국과 다른 주변국들의 역할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여부가 잠시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핵 문제가 6자회담과 같은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과거 6자회담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북한의 행위를 규율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북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협상 방식이었다. 북한은 계속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요구했으나 중국 등의 중재로 6자회담에 참여하게 되었다.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선언’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결국 북·미 간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2008년 이후 중단되었다. 그때와는 달리 미국은 현재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6자회담에 연연하기보다 북한과의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며 자신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의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더 없다. 다만 유일하게 북과의 대화 채널이 없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모두 당장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방은 여전히 북·미관계에 달려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계속 북·미가 다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만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강화해야 한다.

6자회담이라는 형식보다 북한의 안전에 대한 ‘다자보장’이라는 발상이 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북한은 미국의 보장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그 방법에 북·미가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월 초 비핵화 과정에 대한 국제적 감독체제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푸틴 대통령의 6자회담에 대한 언급도 현 상황의 타개책이 아니라 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 미국과 한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이 불충분한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는 비핵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체제의 안전감을 증진시킴으로써 북이 비핵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만 상호 불신 해소가 어려운 북·미 관계에 한반도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국민일보 2019년 5월 6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