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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미·중 통상분쟁과 남방으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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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10-23 16:49 조회31,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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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공개적으로는 일자리정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기본 틀을 변경한다는 언급은 없다. 그러나 정책기조 변경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실업 문제의 심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단기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투자 유도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개혁 포기라는 비판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경제현실에 대한 파악과 적응이 너무 느리다는 불만도 있다. 필자는 체제 전체를 보는 시각과 조정 메커니즘의 결여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즉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를 연결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체제적 접근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체제도 자본·노동관계는 물론 자본 내·노동 내, 산업 간·지역 간 이중구조를 감안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체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가 미·중관계이다. 냉전 종식 이후 형성된 미·중 간 협조적 분업구조는 한반도 분단체제를 한편에서는 이완시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강화시켰다. 2008년 이후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중관계는 ‘재균형’ 과정에 들어섰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경제 전반에 미·중관계를 중심으로 한 세계체제 변수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미·중 통상분쟁에 대한 정보 분석과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미·중 통상분쟁을 일으킨 세계체제 변동을 보자.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약 20년간 미국 주도하에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가 진전되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무역·금융·생산 및 정치·군사의 글로벌화, 국가 이외 집단의 활성화 등이 함께 이루어졌다. 무역과 생산부문에서 나타난 가치사슬의 분화는 경제주체들 사이의 연결망을 크게 증가시켰다.


세계체제는 네트워크 구조로 인식될 수 있다. 무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분석 결과에 의하면, 1990년대 이후 20년간 미국이 네트워크상 중심의 위치를 유지하지만 미국으로의 중심성은 약화되었다. 미국의 중간재 공급자로서 글로벌 무역의 중심적 지위에 있지만 중간재를 공급하는 비중은 감소하였다. 미국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는 속에서 R&D, 지식기반서비스, 금융 등에서의 경쟁력이 미국의 우위를 유지시켰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큰 변동이 있었다. 중간재 부가가치 공급자로서 중심에 있던 일본의 위상이 약화되고 중국이 아시아 네트워크의 중심에 들어왔다. 한국은 동아시아권 및 북미권과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일본에 비하면 네트워크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크게 아시아·북미권과 유럽권으로 양분되어 있다. 중국은 아시아·북미권에서 미국과 함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GDP 2위국이 되었고 2017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4%에 달한다. 1위 국가인 미국의 비중은 24.4%이며, 일본 6.1%, 독일 4.6%, 영국 3.3% 등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중국은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그 이전 시진핑시대 5년을 평가하면서 중국사 및 세계사적 의미에서 ‘신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했다. 중화민족이 ‘일어섰고’, ‘부유해졌으며’,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경쟁의 ‘신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년 만에 10% 이상의 성장률이 6%대에 들어섰다. 한국은 1970년대 10% 이상의 성장률에서 2010년대에는 3% 이하로 떨어졌다. 그간 중국 고도성장의 동력은 외국인직접투자와 건설열풍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자본과잉 상태에 있다. 주택 및 인프라 건설 투자는 2020년 이후에, 인구는 2030년대부터 감소할 것이다.


네트워크의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변수는 기술적 능력과 정치적 위치이다. 미국이 통상분쟁을 불사하는 것은 능력의 하락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중국도 내수시장 판매량 1위 기업은 있으나 품질·공정·기술상 글로벌 선도기업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치·군사적 우위는 기술 우위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10월 17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172049025&code=990100#csidx8bd90291fa9fb9181e5b796012bf1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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