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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경] 일머리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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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7-12 10:50 조회33,4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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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순이 아닌 것은 행복만이 아니다. 교복을 벗고 학교 울타리를 나오면 바로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정작 삶에 필요한 기술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적순의 한계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은 공부머리만 좋은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그들 위주로 내린다. 이들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성적순의 한계를 다시금 느껴 답답할 때가 잦다. 

 

최근 2019년 저출산 관련 예산이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한해에 출생하는 아이 한명당 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자 차라리 그 돈을 현금으로 나눠주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현금을 가져다주면 사람들이 갑자기 앞다퉈 아이를 낳으리라 믿어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여태껏 펼친 정부의 대책은 무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관련 대책의 특별한 방향 전환 없이 예산만 늘려나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니 극복할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출생률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항상 반복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선거에 좌지우지되고 부처별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살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일머리가 없는 사람은 원인 분석을 뒷전으로 미룬다. 그보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는 일에만 부지런히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은 일머리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주변 사람이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사회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머리가 없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제주 예멘 난민문제 역시 그런 사례다. 난민 사태 이전에도 제주에서는 올해초 이미 무사증제도로 입국해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수가 1만명을 넘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이 노숙자가 돼 사회문제로 보도될 때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며 자랑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대비가 없었던 터라 오히려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혐오반응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후략)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양학부 교수
(농민신문, 2018년 7월 11일)

 

원문보기: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FRE/294288/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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