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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비핵화·경제협력의 병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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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5-09 10:54 조회38,1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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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철도 연결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고, 지방정부들도 남북 경제협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즈음 잠시 숨을 고르고 현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간의 봄은 전쟁위기의 시기였다. 작년 봄에도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은 수차례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이제 남북이 전쟁위기를 평화의 시대로 반전하는 역사적 기회가 왔다.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분단체제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튼튼한 집이 되도록 기초를 잘 놓아야 한다. 새로운 한반도체제는 비핵화·군축과 경제협력이 동시에 함께 이루어지는 시공간이다.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비핵화에 집중한다”는 원칙이 보도되었다. 선언문에서는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길잡이하는 선에서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체로 예상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회담 전 경제협력 분야는 주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선언문에서 주요 경협사업이 언급되었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재와 압박의 선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번 회담을 평가하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언문의 구성을 보고 비핵화에 비해 교류협력이 강조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형식 논리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협력 사업을 당장 개시할 것처럼 여기는 것도 조급한 기대감이다. 회담 전후 과정에서의 정황을 보면, 정부가 비핵화나 경협 모두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가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판문점선언은 이전의 두 차례 정상회담의 연속선상에서 남북 간 신뢰구축에 중점을 둔 것이 핵심이라 할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조문에 대한 논란을 피하고 6·15선언과 10·4선언의 계승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선언 서두에 나온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나 “민족 자주의 원칙”과 같은 표현은 이미 언급된 바 있는 것들이다. 6·15선언에서는 “통일 문제를 … 우리 민족끼리 … 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했고, 10·4선언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한 바 있다.


남북 모두 경제협력을 비핵화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언문에서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한다고 한 것은, 10·4선언에서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한다는 것과 동일한 구조의 문장이다. 한 구절 한 구절에 얽매이기보다는, 남북관계, 군사적 긴장완화, 평화체제 형성을 동시적으로 진행한다는 선언의 기본 골격에 주목해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표현도 6·15선언과 10·4선언에서 계속 언급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민족경제’란 남북 경제협력과 연합을 주로 의미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이를 ‘글로벌경제’와 병행하여 발전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한다. 남북 간 사업은 물론 미·중·일·러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사업도 열어야 한다. 향후 더 검토해야 할 것은 ‘균형’의 문제이다. 경제발전이 공공성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세계전략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북·미 회담이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전략은 지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공간 등 ‘전 영역에서의 우세’와 대량보복·핵무기·비핵무기·방어역량의 혼용을 통한 ‘전 지구적 타격역량’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에 맞서는 ‘핵무장 국가들의 포물선’이 이란-파키스탄-인도-중국-러시아-북한으로 펼쳐져 있지만, 이 포물선은 강고한 연대의 전선은 아니다. 이미 이란은 2015년 유엔 및 유럽연합과 합의하여 핵무기 보유국 직전에서 후퇴한 바 있다.


정부는 중국·러시아·일본과의 의사소통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남북 및 남·북·미가 추진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 중국의 참여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 역시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의 참여는 사드 갈등과 같은 분쟁을 막고 미·중·러·일을 포함한 동북아 군축 의제를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경향신문, 2018년 5월 2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22049005&code=990100#csidx04d2ad5f8cb76469d76a99da67d81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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