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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남북정상회담에 비춰 본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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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4-26 09:55 조회38,3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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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앞마당에 새겨져 있던 고대 그리스의 격언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가 최후의 변론에서 한 말로도 유명하다. 네가 너 자신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라는 말로 이해되고 있다. 손무도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자신을 알아야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는다고 주의를 줬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 예수는 아예 돌직구를 던졌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자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북은 21일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23일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찰 3천여명을 동원해 사드기지 공사를 강행했다. 북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중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면, 미사일 기지 공사를 강행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하는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방안이 논의된다고 한다. 정전상태를 끝내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찾으라는 것은 환갑이 넘은 정전협정에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북이었고 최근까지 한국도 미국도 이러한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도 않았다. 정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1년이 되어서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며 정전에 합의했다. 북이 정전을 거부하고, 평화협정 협상을 거부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북은 1990년대 들어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최근 몇년 ‘핵위협’을 가했다. 미국은 1950년 11월30일 “핵무기 사용의 적극적 고려”를 공언한 이후 ‘핵위협’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제 북은 평화체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비핵화까지 내놓았다. 중국도 ‘쌍궤병행’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같은 제안을 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거부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만일 미국이 주도적으로 핵위협을 거두겠다며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했을 때 북이 그 숨은 의도는 북-중 동맹 와해에 있다고 거부한다면 우리는 북을 어떻게 볼까?


찰스 오스굿은 1962년 ‘전쟁이나 항복이 아닌 대안’에서 분쟁 해소 방안을 제안했다. 점진적이고 상호적인 조치들을 주고받아 긴장을 완화하자는 제안으로 영문약자 ‘GRIT’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분쟁의 한 당사자가 작지만 일방적인 양보 조치를 취하고 상대방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희망한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것으로 그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상호적 조치를 취하면 첫 당사자는 두번째의 양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바야흐로 ‘평화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긴장완화는 일방의 조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 평화도 서로 바라보며 같이 노력해야 만들 수 있다. 상대방의 손만 바라보며 자신의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손뼉 소리는 나지 않는다. 상대방의 과오만 비난하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서는 평화를 만들 수 없다. (후략)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겨레신문, 2018년 4월 25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42076.html#csidxb02b33f8a8eb81580b4aa8dc70c72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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