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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개헌과 경제분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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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04-09 17:15 조회36,9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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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헌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만든 초안을 기초로 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안을 확정했다.


야권의 반발로 정부 개헌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권력 분산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 정부안을 국무회의가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한 점 등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 개헌안을 준비한 과정과 경제분권화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한 달 정도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자문특위는 시민사회와의 협력, 국민들의 숙의 토론과 여론조사 등 절차를 거쳤다. 이번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헌법을 개선해가는 일상적 과정을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정부 개헌안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토지공개념과 지방분권 조항이다. 이는 경제력의 집중·독점과 혁신의 정체를 개선할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공동체 차원의 생존권·생활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다. 자산 격차 또는 자산 장벽은 불평등 문제의 차원을 넘어 개인 기본권과 공동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차원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것도 공동체가 존속할 때에야 이루어질 수 있다. 공개념 논의를 부동산 문제에 국한하여 대응하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된다. 재산권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역공동체 차원의 자산과 자유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대·심화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다루어야 할 본질적 이슈는 기술혁명에 의해 발생하는 공동자원의 재산권을 분배하는 일이다. 향후 산업 발전에서는 인공지능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이를 활용해서 학습하는 알고리즘 개발이 핵심 요소가 된다. 산업의 융합과 혁신에 민간·정부·지역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생산 시스템에 필요한 재산권체계를 마련하는 헌법적·정책적 실천이 필요하다.


이번의 정부 개헌안에서 크게 진전된 것은 지방분권 관련 내용이다. 헌법 전문과 1조 3항에 지방분권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그간 분권운동에서 요구한 바이다. 지방자치에 관해 보충성의 원리를 확인한 것도 중앙·지방 간 분권의 원칙을 명시한 효과가 있다. 사무 처리의 순서는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부터 시작해서 광역과 국가 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분권의 취지에 부합한다.

 

분권운동 쪽에서는 조례나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확대가 미흡하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조건에서 자치입법과 법률의 위상을 역전시키는 것은 법리적·정치적 수준에서 합의를 보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처한 사정이 너무 달라서 입법권 확대가 지역균형발전에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치입법권 확대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계속 더 논의해야 할 것은, 분권 확대뿐만 아니라 분권 단위의 경쟁력과 지속성의 문제다. 자치 확대만으로 지방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자생력은 상당히 빈약한 상태다. 이러한 조건에서 지방분권을 확대하면 지방 쇠퇴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과 함께 지역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는 지역경제 차원의 발전모델을 형성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비수도권의 광역 지방정부는 자생적 발전을 도모할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서울·경기의 광역정부는 너무 비대해서 운신이 어렵다. 비수도권 광역정부는 너무 왜소하고 수척하다. 현재의 지방정부 단위는 재산권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경제분권화 단위와 일치하지 않는다. 서울이나 경기도는 각각 3~4개의 경제권역으로 나눌 수 있고, 비수도권은 2~3개의 광역정부가 경제연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의 제도조정 능력을 고려하면 지방정부를 전면 재조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정부 개헌안 제121조 제2항에서 지방정부의 종류·구역 등 주요 사항을 법률에 유보했다. 그러나 지방정부 형태의 탄력적 조정을 촉진하는 법률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막연히 법률에 유보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지방정부 간 연합을 보장·촉진한다는 취지를 헌법에 밝혀둘 필요가 있다. (후략)


 

이일영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원장
(경향신문, 2018년 4월 4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042050005&code=990100#csidx7500d44b1634b07982aed1240c0ec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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