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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힘들지만 가야 할 ‘탈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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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7-06-20 21:16 조회35,1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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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52046005&code=990100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을 앞두고 원자력계의 저항이 거세다. ‘탈핵’ 진영에서는 이에 대해 원자력 이익집단의 ‘몰염치’라고 비난한다. 원자력계에서는 대통령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 제왕적으로 원자력 정책을 세우고, 공정률이 30%나 되는 신고리 원전의 건설을 ‘탈핵’의 본보기로 중단하는 것은 원자력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가 안전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탈핵’ 진영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있더라도 더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사이에서 국정기획위원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우선 중단 후 검토”에서 출발했지만, “건설중단 재검토”로 선회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탈핵’ 진영이 공약이행을 강하게 요구하자, 다시 건설중단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이렇게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중단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핵심은 건설중단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중요한 상징성이 있지만, 대통령이나 여당이 중단이라는 공약 이행에 매달리는 것은 ‘탈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건설중단을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반발을 수습하느라 정작 궁극의 목표인 ‘탈핵’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임기를 마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탈핵’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가동 중인 25기의 원전과 건설 중인 5기의 원전을 없애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큰 갈등과 혼란 없이 풀어나가야만 완수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계는 그동안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매우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정부, 대학, 연구소, 언론, 재벌에 이르기까지 세력의 범위도 대단히 넓다. 이들을 하나하나 어느 정도 부드럽게 에너지전환 쪽으로 유도해 가야만 ‘탈핵’이 완수된다.


‘탈핵’ 진영에서는 독일을 에너지전환의 모범 국가로 꼽는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에너지전환이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어 확고하게 자리잡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30년 이상의 저항 끝에 원전포기를 끌어냈지만, 그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포기가 ‘폐기’되는 반동이 일어났다가, 후쿠시마 참사 후에야 다시 포기가 확정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발전량도 크게 늘어나자 원자력계에서도 점차 원자력 고수를 포기하고 에너지전환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선 대학의 원자력 학과나 원자력 관련 연구소들이 이름을 바꾸고 재료나 에너지, 또는 원자로안전이나 폐로 연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발전업계에서는 풍력발전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멘스 같은 대표적인 원자로 제조사에서 원자력 사업을 접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경향신문, 2017년 6월 15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52046005&code=990100#csidx635bef32cdf1cc69e05307ec022a7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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