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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묵주-기도에 깃든 장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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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30 14:18 조회30,6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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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는 가톨릭교회에서 기도할 때 쓰는 성스러운 사물(聖物)이다. 열 개의 묵주알이 한 단을 이루고, 다섯 단을 모으고 연결해서 목걸이나 팔찌, 반지로 만든다. 묵주구슬은 유리나 나무로 만드는 게 보통이다.

`묵주`는 기도할 때 쓰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번역한 한자어지만 본래는 로사리오(rosary, rosarium), 즉 `장미 다발`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묵주 기도를 `로사리오 기도`라고도 한다.

묵주가 로사리오(장미)인 것은 아마 `성모 마리아` 교리와 관련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리와 무관하게 이 기도의 감각에서 감지되는 `여성성`에 이끌린다. 묵주에 나를 묵상에 잠기게 하는 힘이 있다면, 이 작은 구슬들에 깃든 묘하고 경건한 `장미향` 때문이 아닐까.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장면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 박사는 이렇게 외친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들어올린다(구원한다)." 이 말은 "진리는 여성적이다"는 니체의 말만큼이나 수수께끼 같은 말이지만, 기도와 구원이 `여성적인 것`과 관련된다는 직관은 시인과 철학자들의 사색 속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길에서 잠든 사람이 눈을 감은 채 긴 이야기를 시작하자/기도하던 여자들은/어디에서나 자라나는 묘지를 바라보았다"(이장욱 `불가능한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시적 증언은 또 어떠한가. 매우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시어를 보여준 시인 김수영조차도 깊은 신심을 발휘해야 하는 어떤 순간에는 `꽃`에 의지해 기도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12월 25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21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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