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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실타래 - 문제는 `푸는` 것이지 끊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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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7-13 18:10 조회30,5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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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실을 둘둘 말아 놓은 뭉치 사물을 `실타래`라고 한다. 어린 시절 찬바람이 불 즈음 엄마는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가정집에서 스웨터나 목도리, 장갑 등을 뜨개질로 직접 만들어 해 입는 일이 큰 시대적 유행인 듯했다.

종종 실타래가 엉키는 일이 있다. 어린 내가 실타래와 `직접` 만나는 경우가 그때다. 엄마가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라고 시키셨던 거다. 그럴 때면 우선 겁부터 났다.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속으로 볼멘 목소리부터 삐져나왔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내게 엄마는 그때 말씀하셨다. "실마리부터 찾아야지!"

실마리. 꼬이고 엉킨 실타래에서 `유일한` 해법은 `실마리`를 찾는 거다. 실타래를 `전체`로 보면 뭉텅이로 있어서 줄은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사방에서 섞여 들어온다. 해법이 안 보인다. 그러나 실타래에는 실마리가 있다. 실마리는 엉킨 실타래에서 붙잡고 실을 풀어나갈 실의 첫머리(실머리)이다. 그 첫머리는 실타래가 시작된 `최초` 지점에 해당한다.

어려운 문제, 꼬인 문제를 `푼다`고 할 때 실타래 비유가 쓰인다. `푼다` `실마리`가 그런 비유다. 이때 실마리는 문제 해법에서 크게 두 가지를 상기하라는 말이다. 첫째, 아무리 꼬인 문제에도 `최초 원인`이 있다. 해법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문제를 풀 때에는 한꺼번에 전체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핵심 원인을 찾는 데에서 시작하라. 그런데 핵심은 `부분`이지 전체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이 문제의 본질을 규정한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제시한 문제 해결 규칙도 이와 비슷했다. 전체를 부분으로, 복잡한 것을 단순한 요소로 나눈 후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막상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는 이 아주 간단한 원칙을 자주 잊는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7월 10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66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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