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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팝콘-고소하고 달콤한 4D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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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2-17 17:25 조회16,8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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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은 누구나 즐겨 먹는 현대 도시인의 대중적 기호식품이지만, 극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래서 이 사물은 `음식`이라기보다는 극장의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어느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도 자동티켓판매기에 입장권과 팝콘을 묶어 파는 패키지가 있다. 자동차를 살 때 선루프나 타이어휠 같은 선택적 부품사항, 그러나 선택하지 않기에는 무언가 많이 허전해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그런 `옵션`이 되었다는 말이다.

왜 수많은 음식 중에 하필 극장에서는 팝콘인가라는 물음은 자연스럽다. `팝콘`이라는 말은 본래 `팝콘(popcorn)`이라 불리는 옥수수 품종을 가리킨다. 이 품종은 알갱이가 작고 단단한데, 그 특성으로 인해 섭씨 200도 정도 열을 가하면 내부 압력을 알갱이 내부에 응축적으로 품고 있다가 `폭발`한다. 폭발한 알갱이 크기는 자그마치 원래 알갱이의 30~40배다! 옥수수 원산지이자 오늘날 일반적으로 `팝콘`으로 불리는 `튀긴 옥수수`를 처음 서양에 소개한 이들은 중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다. 그들이 옛날에는 이 사물을 미래를 점치는 예언적 아이템으로 삼기도 했던 까닭이 짐작된다. 알갱이에서 `잠재된 미래`가 폭죽처럼 수십 배가 되어 `튀어나오니` 말이다.


흔히들 영화를 `꿈의 필름`이라고 말한다. SF영화가 아니더라도 극장 스크린은 온갖 몽상과 무의식, 욕망을 상연하는 환상의 무대다. 프로이트는 `꿈`을 의식의 통제 아래 억압되었던 과거가 더 이상 내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왜곡된 이미지의 형상으로 `폭발`하는 무의식의 `무대`라고 불렀다. 예술가나 철학자들 중에는 명멸하는 영화필름 이미지들에서 인간과 세계의 억압된 과거, 감추어진 현재,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의 실루엣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극장에서 팝콘을 쥔 관객 손은 스크린의 호흡에 따라 비슷한 속도로 운동한다. 스크린에 튀어나온 이미지들과 톡톡 튀는 팝콘 형상이 품은 무의식은 어딘가 닮아 있다. 3D 영화를 넘어서, 스크린과 관객 몸(좌석)이 구조적으로 연동하는 극장시스템을 `4D`라고 한다. 팝콘을 쥔 손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4D 영화관을 실현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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