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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야권 위기극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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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20 11:35 조회25,2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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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총선패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산술적인 결과도 문제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리더십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난 이러한 한계를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이 아니라 꾸준히 변화의 방향을 걷고자 하는 각오와 실천이다. 이러한 진정성이 전달된다면 야권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다시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어디서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는가이다. 여기에는 지름길이 없다. 당원과 유권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요구를 당의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 외부인사로 참석한 입장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공천과정에 반영시키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공천과정에 대해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1월 전당대회 때 표출되었던 참여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물론 국민경선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총선이 석달도 남지 않은 1월 중순에야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고 본격적인 조직정비가 시작된 상황에서 경선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지역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모바일경선을 도입하기 어려운 사정이 많았다. 과열경선이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경선이 치러진 지역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탓에 선거 이후 국민경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경선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에는 이를 이번 공천과 선거의 핵심 원칙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부족한 탓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당내 기득권자들에게 경선은 불필요하거나 위험부담만을 증가시키는 절차로 받아들여지기 쉬웠다. 새로 정치권 진출을 모색하는 경우에도 당내 경선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전략공천과 같은 방식을 선호했고 경선의 불씨를 살려가는 데 힘을 모으지 못했다.


전략공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경선을 활성화하는 전략도 있어야 하는데, 전략공천도 전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경선의 열기도 가라앉았다. 참여 에너지가 모아지지 않은 조건에서 국민경선은 동원 등의 부작용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소위 제왕적 보스가 있었던 시절의 공천이 더 효율적이었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왔다. 그러나 정당의 민주화와 개방화가 정당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조류를 고려하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불가능하다.


결국 참여를 확대해가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천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신진세력의 진출을 보장하고 핵심적 과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확보를 위한 전략공천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예비후보자들의 자격심사만을 거쳐 경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심사절차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진세력도 이러한 절차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거쳐 정치적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올해 대선을 준비하고 현재 야권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정당의 힘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와 같이 시민정치의 흐름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당의 민주화와 개방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 우려가 크다.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형성되는 것이고, 이 과정은 내부의 기득권을 극복해가는 고단한 길이기도 하다.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지도부가 리더십이 약화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과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과제이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 기득권을 극복할 수 있는 분명한 비전과 실천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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