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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강남의 ‘진보화’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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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11 22:30 조회22,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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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구를 통칭하는 소위 ‘강남’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총선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 25년간의 선거정치에서 강남은 (송파병을 제외하곤) 보수의 철옹성이었고, 따라서 진보개혁파에 속하는 정당들은 이 지역의 선거엔 아예 무관심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 보인다. 예컨대, 민주통합당은 정동영과 천정배 같은 대권주자급의 거물 정치인들을 강남을과 송파을에 전략 공천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승리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강남 시민들이 진보개혁파 정치인들을 자신들의 대표로 뽑아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대하고 싶고,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


 기대하고 싶은 건 정동영 후보의 말대로 “강남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현 시기 한국 사회의 시대적 요청은 복지국가 건설과 그를 위한 경제민주화 달성이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노동계급만이 아니라 중산층을 포함한 시민 대다수가 찬동하고 협력해야 비로소 성취 가능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념 성향으로 말하자면, 진보와 중도진보는 물론 최소한 중도보수파 시민들까지도 모두 이 일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강남은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 혹은 중도보수파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여기서 동의가 나오지 않으면 복지국가 건설은 요원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복지국가를 꿈꾼다면 강남의 민심이 진보하기를 기대함이 마땅하다.


다행히도, 강남의 진보화는 기대 가능한 일로 보인다. 그 징표는 이미 2011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일말이나마 드러났다. 당시 나경원과 박원순 양 후보의 득표율은 강남갑과 서초갑에서만 60%대와 30%대라는 큰 차이를 보였을 뿐, 강남의 나머지 5개 선거구에선 모두 50%대와 40%대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접전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진보개혁진영의 후보가 강남의 대부분 지역에서 40%대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실로 커다란 변화였다. 강남을과 송파을에서도 박원순 후보에게 간 표는 각기 42.3%와 46.4%였는데, 그것은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표가 각기 18.7%와 35.6%에 불과했음을 감안할 때 상당히 ‘진보화된’ 결과였다. 복지 확대가 핵심 이슈였던 선거에서의 이 같은 결과는 복지에 대한 강남 시민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사실 강남의 합리적 시민들에게 복지국가 건설은 이제 매력적인 국가목표에 해당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1% 대 99%의 적대적 갈등이 만연한 사회가 아니라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는 안정되고 조화로운 사회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성장이나 자유방임적 개방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통합형 개방정책을 선호한다. 그들이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같은 선진 복지국가들을 부러워하는 까닭이다. 그 나라들에서는 경제민주화에 기초한 튼실한 복지체제가 빈곤층 확대나 양극화 심화와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최소화시켜줌으로써 최고도로 개방된 시장경제가 사회분열의 위기 없이 최고도의 안정을 유지하며 성장해올 수 있었다. 거기서도 중산층을 포함한 시민계층은 그 복지국가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노동계층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강남 시민들이 유럽 중산층의 이 시민의식을 이어받기만 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그들의 투표 기준이 무엇일진 명확하다. 그들이 개방지상주의자나 시장만능주의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 그들은 필경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자기 지역에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온갖 고민과 최선의 노력을 다해온 신망 있는 정치인 여럿을 총선 후보로 불러들여놓고 있다. 그들의 선택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강남의 진보화는 충분히 기대 가능한 일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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