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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중도보수도 아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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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1-16 10:29 조회18,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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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17일은 참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날이었다. 이른 아침 경향신문을 통해 그 전날 오후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이 최종적으로 썩 멋진 강령을 채택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강령에서는 민주통합당의 목표를 경제민주화 달성과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그 멋진 목표의 달성을 위해 재벌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 그리고 교육, 주거, 일자리, 의료, 노후 복지의 획기적 강화 등을 정책기조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강령만 본다면 이제 한국에도 유럽의 어느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나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에도 뒤지지 않을 유력한 중도좌파 혹은 중도진보 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 영세자영업자, 도시빈민 등이 급증하고 사회안전망과 복지국가 수준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따라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상당부분 ‘민주정부 10년’ 탓이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집권당은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았으며, 그것은 정권을 뺏긴 뒤에도 상당 기간 마찬가지였다. 복지국가나 경제민주화는 이종걸·정동영·천정배 등의 소수 ‘비주류’ 의원들이 속절없이 외쳐댈 수는 있어도 당이 그것들을 정강·정책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던 민주당이 재작년 6·2지방선거 이후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노동계 세력을 받아들여 민주통합당으로 확대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드디어 분명한 진보 노선을 택하였다.

 
방향은 잘 잡았다. 이제 신자유주의체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한국의 새로운 ‘사회협약’인 ‘2013년 체제’를 향해 매진해 가야 한다. 그 체제의 사회경제적 양대 축은 단연 민주경제와 보편복지일 터이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목표를 이루는 셈이 되니 말이다. 이제부터는 실천 방안과 전략만 생각하면 된다.

 

민주통합당의 지도부가 확정되면 그들은 앞으로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의 연합정치를 가장 중요한 정치 과업으로 여겨 추진해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역량을 집중할 연대 대상은 물론 진보정당들일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민주진보연합세력의 의회와 행정부 장악은 경제민주화 실현과 복지국가 건설의 충분조건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진정 지속가능한 민주적 시장경제와 보편적 복지국가를 구현하고 싶다면 중도보수 세력까지도 그 연대의 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국가를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 즐기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을 보라. 그들의 복지국가체제는 대체로 소위 ‘계급 교차적’ 연대의 소산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여러 계급과 계층을 대변하는 다수 정당들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노동계급과 중간계층 그리고 심지어는 대기업 섹터까지도 그 체제의 형성과 유지를 지원해왔기에 오랜 기간에 걸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체제는 지속가능할 수 있었다.

 

우리라고 다를 건 없다. 우리도 가급적 연합정치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더구나 복지국가의 건설은 워낙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므로 당연히 추진세력의 장기집권을 요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진보와 중도진보만의 연합세력이 장기집권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안정적인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중도보수까지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비대위나 쇄신파의 주요 구성원들이 보여주듯, 중도보수파도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에 친화적이다.

 

내일 전당대회에서 민주통합당의 지도부가 진보는 물론 중도보수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인들로 채워지길 기원한다. 그래서 중도보수의 (독자)세력화를 도모하는 한나라당 내외의 개혁파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잊지 말자. 복지국가를 향한 중도진보의 꿈은 중도보수의 협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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