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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수구언론의 무덤이 될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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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2-09 12:02 조회18,7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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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정권창출에 기여한 데 대한 보은으로 온갖 특혜를 버무려 수구언론에 상납한 종합편성채널이 드디어 오늘 개국합니다. 이미 전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방송마저 장악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왜곡된 이 땅의 여론지형은 더욱 왜곡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을 온전하게 소통시키는 언론의 존재가 민주주의의 요체일진대, 언론 환경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우치게 되면 언론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것은 자명합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태연하게 4개 종편사와 차례로 인터뷰를 한다고 합니다. 새로 태어난 종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그는 참으로 몰역사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인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박근혜 의원까지, 온 기득계층의 비호 속에 종편 출범의 팡파르를 울리게 됐으니 수구언론의 미래는 얼핏 보면 꽤 양양한 듯합니다. 신문시장의 지배력만 가지고도 ‘밤의 대통령’을 자임할 수 있었는데, 이제 방송까지 차지한 마당이니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득권 유지를 위한 여론조작이나 그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노력 또한 한층 더 집요해질 것입니다. 사적 공간의 성격이 강한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비판적인 의견을 쓴 판사를 집어내 사상검증을 하려 들고, 트위터 등을 통해 그들과 다른 정치적·사회적 견해를 밝혀온 이들에게 정치교수니 정치연예인이니 하는 딱지를 붙이며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해온 그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로가 막히거나 왜곡되면 그것을 뚫고 바로잡으려는 민중의 투쟁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제도권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여론을 형성하고 그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이미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1인 미디어가 제도권 언론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나라 안팎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재스민 혁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군부독재 치하의 튀니지와 이집트에는 자유언론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해 진실을 전달하고 여론을 모음으로써 재스민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수구언론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시민후보였던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데도,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1인 미디어는 큰 구실을 했습니다. 이것을 마뜩잖게 여긴 수구언론들은 트위터상에서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쳐온 공지영,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 등을 ‘폴리테이너’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를 이용한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앞으로 정치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정치권에 연을 대지 않은 지금 그들에게 그런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발언은 공개적으로 정치적·사회적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민주시민의 권리 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폴리테이너인가가 아니라 왜 1인 미디어일 뿐인 그들이 거대 제도언론의 영향력을 앞지르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제도권 정치의 위기를 상징한다면 이 비정상성은 제도권 언론의 위기를 상징합니다. 제도언론이 갈수록 국민의 여론과 괴리되면서 이제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제도언론에 기대를 걸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종편으로 달려가는 수구언론에는 이런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지영과 김제동을 따르는 이들은 수동적인 추수자나 조작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력을 갖춘 주체적 시민입니다. 그들이 유명인이어서가 아니라 제도언론보다 자신들의 의사를 더 잘 대변하고 있기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수구언론은 그것을 인정할 의사도 능력도 없습니다. 종편이 그들의 무덤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권태선 편집인
(한겨레. 201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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