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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새로운 야구와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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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2-28 08:56 조회19,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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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다.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의 우선협상기업으로 확정되었다. 내친 김에 10번째 구단 창설도 추진할 모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들이 함께 2014년 프로야구 1군 리그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야구단이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시즌 관중이 600만 명에 육박할 정도이니 흥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잔류 선수와 방출 선수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고 2군의 유망 선수들이 있으니 당장 경기 수준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져 경기력이 향상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 혁신능력에 기대

더욱 기대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의 발흥이다. 기업가 정신은 '창조적 파괴'이자 새로운 세계를 조직하려는 꿈이다. 새 구단이 혁신 경쟁의 촉매가 된다면, 야구팬은 물론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흥분되는 일이다.

새 구단 창설은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넥센을 제외하면 프로야구단은 모두 재벌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가 재계 서열 1∼5위를 차지하고 있고, 두산 한화도 서열 12, 13위의 재벌그룹이다. 이들은 가족 상속을 통해 소유권과 경영권을 집중시켰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2009년 매출 6,347억 원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규모만으로는 재벌기업과 비교가 안 된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154 조원이었다. 그러나 야구단을 발전시키는 능력에서 벤처 중견기업이 재벌 대기업에 뒤진다고 볼 수는 없다.

재벌기업은 다각화 경영을 추구하면서 의사결정권을 총수에게 집중했다. 야구단은 전문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그룹 전체의 홍보창구 역할이 중요시된다. 권한과 책임이 야구단 밖에 있다. 그러니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혁신적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는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10년 넘게 소프트웨어 개발의 외길을 걷고 있고 창업자가 지금도 콘텐츠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야구를 새로운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혁신 능력을 기대해 볼만 하다. 새 팀이 기존 팀과 제대로 한번 붙어보기를 응원한다.

한국 야구는 새로운 팀을 맞는 것을 계기로 더 큰 세계를 꿈꿔볼 수도 있다. 야구만큼 지역의식이 강하고 국가의식은 약한 스포츠도 드물다. 동아시아는 급속한 시장의 통합 속도에 비해 문화적 이질성과 정치적 갈등이 높은 편이다. 야구가 새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한국도 현재의 8개 팀만으로는 단일 리그를 치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구단이 생겨 10개 팀이 되어도 양대 리그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30개 팀으로 양대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최소한 일본처럼 12개 팀은 되어야 양대 리그를 치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나서서 동아시아 메이저리그를 추진해보면 어떨까.

한일 야구 통합리그 추진을

우선 일본과 한국의 리그를 통합해서 운영해보자. 일본의 12개 팀과 한국의 10개 팀을 합해서 양대 리그를 치르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일본이 한일간 경제교류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야구의 한일 리그 통합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닌 것 같다. 대만의 경우 야구팬들은 매우 열성적이지만 구단 운영이 취약하다. 그렇지만 여건을 보아 북부의 슝디엘리펀츠(兄弟象)나 남부의 퉁이라이온즈(統一獅) 같은 팀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대륙 중국도 지역 구단이 결성되면 문호를 개방하도록 한다.

지역에 근거한 야구팀끼리의 경기는 국가를 넘어선 지역간 교류를 일상화할 수 있다. 동아시아 메이저리그는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산업과 지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국가를 넘어선 문화와 의식을 공유하는 아시아 시민을 만들어낸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한국일보. 2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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