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류샤오보와 중국의 민주주의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남주] 류샤오보와 중국의 민주주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1-04 07:40 조회17,889회 댓글0건

본문

지난 10월 초 중국의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1월3일 홍콩 입법회는 중앙정부에 류샤오보의 석방을 요청하는 안을 놓고 토론을 했다. 12월10일(‘세계인권의 날’이자 류샤오보가 구속된 원인인 ‘08헌장’ 발표 2주년이다)로 예정된 시상식에 감옥에 있는 류샤오보 대신 누가 갈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중국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계속 류샤오보를 상징으로 활용할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에 정당성 논란

개인적으로 류샤오보에 대한 인상은 긍정적이지 않다. 2003년 초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서 만난 그는 필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응원방식이 파시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며 의견을 물었다. 다른 나라의 현상을 너무 쉽게 단정한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가 당시 이슈였던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지지했던 것이 결정적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보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생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집단주의적 정치문화에 억압당해온 그로서는 애국주의적 분위기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주의적 경향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식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 가치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실천해온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그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서방의 음모라고 비판한다. 1989년 해외에 망명해 티베트의 자치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정부와 갈등을 빚던 달라이라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고, 2000년에는 중국을 떠나 정치망명을 신청하고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가오싱젠(高行建)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감옥에 있는 정치범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중국을 지나치게 무시한 행위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들엔 이념적 선호가 개입되었다는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에는 사실 중국정부의 공이 가장 컸다.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류샤오보를 아는 중국인은 많지 않고, 그가 중국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2008년 12월10일 300여명의 지식인들이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발표를 주도한 류샤오보를 체포했고 일년 뒤인 2009년 12월에 11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 그를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특히 선언문 발표에 중형을 선고한 것은 “말한 것에 죄를 묻는(以言治罪)” 것이기 때문에 지식인들의 반감을 불렀다.

민주화 상징으로 만든 것은 정부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정치개혁이 지체되고 있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중국식의 ‘사회주의민주’를 발전시킨다는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적어도 권력남용이나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 총리 원자바오가 올해 8월 이후 여러 차례 중국에서 정치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에는 중국식 사회주의식 민주주의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글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중국의 정치개혁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려는 입장이 더 강화되는 조짐도 보인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중국 민주화의 영웅이자 상징으로 계속 남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중국지도자들의 정치개혁 의지가 얼마나 진실한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 교수

(경향신문. 2010. 11. 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