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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영] 중국과 북한의 협조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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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14 20:13 조회17,9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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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이 천안함 침몰의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통일부 장관이 주한 중국대사에게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지만, 중국대사는 중국은 늘 책임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맞받았다. 이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중국의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강하게 나오자 한국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일부 장관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또 중국대사에게 "양국 갈등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북중 관계 냉철하게 봐야

정부가 늦게나마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이나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후폭풍이 불 것 같다. 대책 없이 대결을 조장하고 갈등에 편승하려는 풍토를 되돌아볼 시점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는 왜 북중 관계만 못한가. 중국은 왜 북한에 더 협조적인가.

우선 중국 내부를 보자. 북중 관계와 이데올로기ㆍ군사ㆍ공안 문제를 중시하는 전통적 세력이 건재하다. 물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국제파'의 입장도 있다. 현재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이들 입장을 절충하여 북한의 체제존속 문제와 북핵ㆍ 천안함과 같은 현안 문제를 분리해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체제 존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상간 합의사항인 고위층 교류, 전략적 소통, 경제협력 심화 등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간 북한은 체제 결속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 화폐개혁은 시장화 세력에게서 화폐를 환수해 노동자ㆍ농민 등 기존 계획체제에 순응적인 계층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문제는 공급 부족의 해결이고, 외부세계 특히 중국과의 협력은 체제 유지가 걸린 과제가 되었다.

이런저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사실상 북한과의 전면적 협력관계를 선언한 것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감정의 근원에는 비합리적인 북한과 '협조'하는 중국도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중국이 합리적인 존재라면 북한을 '배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 중국이 아니라도 행위주체가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예측이 현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조적 행위가 발생하는 상황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 실용적 전략을 취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경제학자들의 실험 결과는 현실에서는 합리적 경제주체의 무임승차 전략, 즉 배신 전략이 압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회에 국한한 게임이라면, 전부 배신하지도 전부 협조하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전원이 협조하는 경우인 최적수준 보상의 40~60% 수준에서 협조가 이루어진다. 물론 게임이 반복되면 배신이 증가하고 협조가 감소하지만, 협조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상호적 이타성에 입각

실험에서도 현실에서도, 합리적이고 이기적 행동의 결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협조가 이루어진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가장 대중적인 설명은 상호적 이타성에 입각한 것이다. 사람들은 상호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협조에는 협조로 대응하고, 배신에는 배신으로 대응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된다. 협조가 이로운 행동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전략이 적절한 행동 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어느 시점에서 협조 게임을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이전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도 동일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배신에 배신으로 대응하는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일영 한신대 사회과학대 교수
(한국일보. 201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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