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촛불 괴담과 천안함 유언비어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이남주] 촛불 괴담과 천안함 유언비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13 15:57 조회17,718회 댓글0건

본문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에 촛불시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그 전날 촛불시위 관련 조선일보 기사에서 자극을 받은 것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그런 취지로 해설했고, ‘촛불시위 과정에서 나왔던 여러 억측들이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는데도 촛불시위에 참여한 지식인들이 반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핵심 논지도 같다. 이러한 움직임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유언비어 유포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방침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이 그 첫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검찰은 김태영 국방장관이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함으로써 이것이 고도의 정치적 사안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뜬금없는 촛불시위 보고서 지시

‘거짓, 유언비어’ 등의 표현은 어떤 주장의 신뢰성을 박탈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최근 보수언론, 청와대, 한나라당까지 이를 쟁점화하는 것은 지난 일을 재평가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자신들에게 제기될 비판적인 주장들을 괴담 혹은 유언비어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 프레임은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논란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대변인의 “광우병 촛불이 꺼지고 난 뒤 그들(체제전복세력)은 새로운 투쟁 고리를 찾아서 4대강, 무상급식, 지방선거 등 쟁점들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내려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논평이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물론 촛불시위 당시 사실과 거리가 있는 말들이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시위의 발단이자 전 과정에서 핵심적 문제가 되었던 것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수입 여부였다. 촛불시위 이후 정부도 이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했다. 당시 책임있는 공론장에서는 이른바 괴담이 핵심적 쟁점이 되지 않았다.

천안함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야기들을 유언비어로 몰아붙일 일만은 아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대개의 해석들은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논란은 정부가 객관적 증거들을 내놓으면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괴담이나 유언비어 유포가 문제라면 이는 단지 인터넷에서 떠도는 주장들에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책임도 크다. 촛불시위 당시 광우병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했던 정부 주장도 일종의 괴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 증거 내놓으면 논란 소멸

천안함과 관련해 보수언론들이 쏟아내고 있는 기사들 중에도 유언비어로 간주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지난주 일부 언론이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RDX가 연돌에서 발견되었으며 이 화약물질은 서구에서만 사용되는 물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곧 국방장관이 나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정부 조사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수사하는 것보다 위와 같은 보도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나오게 된 경위를 조사하는 것이 더 시급한 사안 아닌가?

괴담과 유언비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여권에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프레임이 무너졌을 경우에는 역으로 자신들의 모든 주장이 신뢰를 상실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 이미 국제적 이슈로 등장한 천안함 조사결과가 얼마나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가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이고, 4대강 사업의 결과가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경향신문 2010.5.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