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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선거제도 개혁해야 복지국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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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10 10:00 조회17,9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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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복지 담론 경쟁이 일고 있다. 단지 진보·개혁 진영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보수 측에서도 나름의 복지 구상을 다듬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활약이 눈부시다. 얼마 전에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라는 책을 냄으로써 다시 한번 복지담론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복지 확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많은 시민이 절감하고 이해하여 시민사회에 튼실한 복지세력이 형성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형성된
복지 여론이 현실정치 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정치제도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최근 기획물은 주로 앞의 조건이 형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책의 대부분이 보편주의 복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끝부분에서 정치제도 조건을 언급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어떠한 정치제도가 왜 필요한지 간략히 짚어본다.

‘친복지 정당’은 힘 키울 수 없는 선거제도


우선 선진 복지국가들에서는 정부나 사회에 의한 시장 조정과 개입이 상시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른바 ‘조정시장경제’가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곳에서는 성장과 분배, 효율성과 형평성, 경쟁과 연대 간의 균형이 통상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복지의 양과 질도 이 합의 과정을 통해 결정됨은 물론이다. 결국 보편주의 복지체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시장 조정의 산물(들)이 제도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사회적 합의주의가 작동되는지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과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이 자본 같은 강자 계층과 (이 합의체제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복지의 직접 수혜 집단인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선호하는 복지의 확충과 유지가 가능하다. 물론 기업의 경쟁력 혹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노동의 양보도 이 합의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분배나 복지 향상을 위한 자본의 양보와 맞교환될 때만이 가능하다. 요컨대 복지자본주의의 발전은 사회적 합의주의의 작동 정도에 달려 있는바, 이 사회적 합의주의의 핵심 요소가 합의 주체 간의 동등한 파트너십이라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 집단이 강자 집단과 대등한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의 개입 덕분이다. 말하자면 사회경제적 약세가 정치력으로 보강된다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이 정치력 보강의 주체는 물론 정당이다. 선진 복지국가들의 정당체계는 예외 없이 정책과 이념 중심의 온건 다당제 형태를 띤다. 사회경제적 약자 집단들을 대변하는 유력 정당이 여럿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참여 주체 간의 동등한 파트너십이 보장되는 이유이다. 즉,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정치적으로 대리하는 유력 정당이 (사회적 합의 결과가 반드시 거쳐야 할) 정치 과정에서 그들의 이익과 선호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건설은 유력한 친노동 혹은 친복지 정당들이 정치 과정에 포진해 있어 그들이 상시로 유의미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야 사회적 합의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복지가 지속적으로 증대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당체계가 발전할 수 있는 정치제도 조건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에서 형성된다.

소선거구 1인대표제 중심의 한국 선거제도는 비례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거대 정당은 과도 대표가 되고 소정당은 과소 대표가 된다. 게다가 한국의 거대 정당들은 모두 지역 혹은 인물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이러한 선거제도에서는 사회경제적 약자 집단들을 대변하는 이념 및 정책 중심 정당이 유력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매개로 하는 보편주의 복지체제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든가 그게 힘들다면 현행 비례대표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도 타당한 것이다. 국회 의석의 전부 혹은 상당수가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선거정치가 지역이나 인물 투표가 아닌 정당 투표에 따라 결정되며, 그렇게 돼야 다양한 이념 및 정책정당들이 떠오를 수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 담론에는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시사IN. 2010.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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