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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초강대국 ‘G2’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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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2-11 08:10 조회19,4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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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직접적 발단은 지난달 29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대만에 64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결정이다. 여기에 오바마와 달라이라마의 회견, 위안화 절상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집권 2년째로 접어들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양상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등장하면 초기에는 중국과의 갈등이 증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협력관계로 전환되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만 무기 판매로 양국관계 악화

1992년 대선 때 클린턴, 2000년 대선 때 부시 모두 인권 문제나 전략적 이유를 들어 전임 행정부의 중국과의 협력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출범 초기 미·중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곤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곧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 미·중 관계가 안정화되어 갔다. 이런 전사에 비해 2008년 선거는 중국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던 선거였고, 오바마의 취임 이후에도 미·중 관계는 순조롭게 발전했다. 그런데 임기 2년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련의 정책 결정들을 내리며 양국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개별 사안만 보면 미·중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미·중 수교 이후 계속 있어왔고, 이번 무기 판매도 부시 행정부에서 결정된 것을 집행한 것이다. 달라이라마와의 회견과 위안화 절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바마가 그동안 이러한 문제들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해왔지만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을 마친 이후에는 국내의 유권자와 이익집단들의 요구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는 오바마의 정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결정이 중국을 실망시킬 수는 있지만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이후 미·중 관계는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군사교류 중단, 무기 판매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을 경고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질적인 제재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교류 중단은 실질적인 의미가 별로 없다. 경제제재의 경우 타깃이 되는 회사들에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보잉사에 대한 제재는 에어버스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등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게임규칙이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대응도 미국이 대만에 더 높은 수준의 무기(이번에 보류된 F16 등)를 판매하는 것을 저지하고, 향후 미국의 경제적 압력을 완화시키는 현실적 계산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태는 오바마 행정부의 예상대로 진전될 것이다.

중국의 실질적 대응 수위 주목

그러나 다른 신호도 읽힌다. 지난해 지구적 차원의 경제위기 이후 ‘G2’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미·중 사이의 게임규칙을 변화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공식 통로는 아니지만 학자들의 입을 통해 중국의 국력이 성장한 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려서는 안되며,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말로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적어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는 이번에 선을 그어보겠다는 의지로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의지를 관철하려면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자신도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공은 중국 코트로 넘어갔다. 지금까지의 게임규칙을 인정할지 아니면 게임규칙을 변화시킬지의 결정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전망하는 데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정치

(경향신문. 201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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