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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오바마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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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2-05 08:07 조회20,6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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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의 사정을 보면서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의료개혁안은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 물타기가 계속된 결과 일부 진보적 인사들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개혁안도 하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많이 희석되었고, 상원에서는 훨씬 더 약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매사추세츠주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패배하고 말았다. 오바마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다.

위기 해결 나선 민주당 되레 위기

지금 미국 경제가 어렵다. 지난 2년간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0%에 이르는 실업률은 내려갈 기미가 없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다. 이 위기가 부시 행정부 시기에 발생한 것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화당이 그렇게 내세우는 친기업 규제완화 정책이 위기를 빚어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중은 분노의 화살을 오바마 정권에 돌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오바마의 치명적인 실수는 월가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정책을 취한 것이었다. 소위 루빈 사단이라고 불리는 월가 출신들로 경제팀을 꾸릴 때부터 진보적인 학자들이 크게 우려했던 부분이다. 대형 금융기관들에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해주면서 거의 아무런 제약도 하지 않았다. 금융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구제금융으로 살아난 은행들은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위기를 낳았던 구태를 재개했다. 고수익을 좇아 다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에 열중하고 있으며, 임직원 보너스 잔치도 벌이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대출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회수하고 있다. 게다가 뻔뻔하게도 금융개혁을 반대하는 로비를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민심이반이 시작되었다. 위기의 원흉이자 최고의 갑부들인 월가의 금융 엘리트들에게 국민세금을 퍼부어주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전국민의료보장을 위한 의료보험 개혁도 다수의 중산층에게는 정부가 세금 올려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주기 하려는 것으로 여겨졌다. 공화당과 보수세력의 교묘한 반정부 캠페인도 한몫했다. 위기를 빚어낸 공화당은 정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위기 해결에 동분서주한 민주당 정권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진보적인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의 대중은 변화를 기대했다. 오바마는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실패했다.

월가의 탐욕 소극적 대응 화 불러

대중은 정부가 월가의 탐욕을 징벌하고,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경제가 아닌 평범한 대중을 위한 경제를 건설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이 다름 아닌 금융개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사이먼 존슨이 강조하듯이 이번 위기는 월가의 금융엘리트와 워싱턴의 정치엘리트가 결탁하여 과욕을 부린 결과다.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며 자유시장 만세를 외치던 이들이 저지른 사고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산산조각나버린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에서도 월가와의 긴밀한 관계가 지속되었으니 대중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뒤늦게 강력한 금융규제 방안을 들고 나왔다. 매사추세츠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에 나온 것이라서 정치적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의회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실패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종일 |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201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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