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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백화제방'의 한중 관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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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2-17 09:05 조회19,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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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세대 리더인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실무 논의보다는 후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외교적 경험을 쌓는 것이 주된 방문 목적이다. 그렇지만 그가 2012년부터 약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될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2012년부터 10년간은 한·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한·미 군사협력 범위 한반도로

2020년대에 들어서면 구매력 평가에 따른 경제 규모는 중국이 세계 1위가 되는 등 중국은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를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적어도 2020년까지 국내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주변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급부상한 중국과 장기적으로 평화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진핑의 한·중 관계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에 대해 ‘백화제방’의 추세가 나타났다고 표현했다. 이는 ‘온갖 꽃이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피어난다’는 뜻으로 예술, 사상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각기 제 주장을 활발하게 내놓는 것을 말한다. 한·중 관계를 매우 활기찬 관계로 보고 있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중국 현대사에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56년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이 사회주의 개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식인에 대해 취했던 고압적 태도를 수정하고, 지식인 등 당외 인사들에게 중국공산당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라는 정풍운동을 시작했다. 이때 내건 구호가 ‘백화제방, 백가쟁명’이다. 그러나 비판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오쩌둥은 이들의 비판이 도를 넘었다며 반격에 나섰고, 반우파투쟁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식인의 비판은 불가능해졌다. 이견들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준비가 없는 조건이라면 ‘백화제방’이 자칫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진핑이 ‘백화제방’이라고 평가한 한·중 관계에도 불안 요인은 있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어떻게 함께 발전시킬 것인가가 그것이다. 특히 한·미 군사동맹이 한·중 관계 발전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은 역사적 산물이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시효가 지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것이 앞으로 한·중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다음 두 가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상호 평등관계 설정 구체 비전을

우선 한·미 관계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진전과 함께 군사동맹적 성격을 점진적으로 약화시켜가야 한다. 이것이 장기과제라면 당장 유념해야 할 것은 한·미 군사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확장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중국은 주한미군이 대만 등의 역내 분쟁에 동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이 우리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 상호 평등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중국에 요구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양국은 진정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될 수 있고,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시진핑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언론에 한·미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 양국의 군사적 대응 및 협력체계를 총괄적으로 담은 한·미 ‘국방지침’ 제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미·일의 군사협력 범위를 확장해 중국의 반발을 불렀던 97년 미·일 신방위 협력 지침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한·중 관계에는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경향신문. 200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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