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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탐색전 끝낸 양안관계,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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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1-12 14:46 조회17,7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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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는 작년 12월 31일, “타이완동포에 고하는 글(1979.1.1)” 발표 3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양안관계(대륙과 타이완 관계)에 대한 6가지 기본원칙을 밝혔다(해외언론에서는 胡六點으로 지칭). 양안협력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던 국민당의 마잉지우가 2008년 5월 총통에 취임한 이후 대륙의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양안정책에 대한 기본원칙을 밝힌 것이다. 이를 계기로 화해무드로 들어선 양안관계가 탐색기를 넘어 본격적인 발전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대륙 양안정책의 역사는 “이에9조(1981년 9월 30일 국가주석 이에젠잉이 제시한 9가지 기본원칙”와 “덩6조(덩샤오핑이 1983년 6월 25일 덩샤오핑이 밝힌 6가지의 기본원칙)”, “쟝8점(1995년 1월 30일 중국공산당 총서기 쟝저민이 제시한 8가지의 기본 원칙)”, “후4점(2005년 4월 30일 후진타오가 제시한 4가지 기본원칙)”에서 이번 “후6점”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들 원칙들에서는 대륙 양안정책의 연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연속성은 “하나의 중국”을 전제로 타이완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이에젠잉이나 덩샤오핑 모두 통일을 실현한 이후 사회경제제도는 물론이고 사법체제에서 종심권과 군대보유권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국양제론”으로 개념화되었는데 같은 원칙을 적용한 홍콩과 마카오에는 종심권과 군대보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타이완동포에 고하는 글”에서 제시했던 “삼통사류(양안 사이의 상업․우편․항공의 직접 교류와 학술․문화․체육․과학기술 방면의 교류)”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드디어 작년 12월 15일부터 전면적 삼통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마이징우의 총통취임 이후 양안관계 발전을 상징한다. 

 

양안정책의 변화는 1990년대 들어 타이완의 민주화와 함께 타이완 내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증가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2000년 5월 총통에 취임한 천쉐이벤은 헌법개정을 통해 타이완민주공화국으로 국호를 변경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따라 1995년 “쟝8점”에서는 타이완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으며 2005년 “후4점”에서 분열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칙들은 이와 동시에 타이완 민중들에 대한 호소를 강화했다. 이는 당시 천쉐이벤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한 상황에서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4월 30일 중국국민당의 주석 렌잔이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후진타오와 회담을 가졌는데, 이는 1947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중국공산당과 중국국민당 사이에서 처음 이루어진 대화였다. 양당의 대화는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후6점”의 특징은 분열행위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마잉지우 총통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제안들을 담고 있다. 그 중 FTA의 일종인 종합적 경제협력협정과 평화조약 체결을 제안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전자는 타이완에게 경제이익을 제공해 타이완인들의 대륙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륙은 유사한 협정을 2003년 홍콩과 체결했는데, 홍콩인들의 대륙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후자는 타이완인들의 대륙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타이완의 독립을 견제하기 위해 푸젠성에 미사일을 대규모로 배치하여 군사적 위협을 가한 바 있으며, 타이완인들은 이에 큰 반감을 가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제안이 양안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것인가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선, 홍콩은 주로 서비스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콩에 서비스 시장 개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적 경제협력협정이 큰 도움이 되었으나, 양안 사이의 종합적 경제협력협정이나 경제교류 강화는 타이완 내의 일부 제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평화협정의 경우는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륙이 타이완의 독립 가능성을 우려해 여전히 군사적 방식으로 양안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완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탐색전을 넘어 새로운 발전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는 양안관계가 당장 직면한 문제는 타이완의 국제조직 참여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이다. 대륙은 국가만이 참가 자격이 있는 UN과 그 산하기구의 국제조직에 타이완이 참여하는 것은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허용하지 않았다. 타이완의 국제활동에 대한 제한은 타이완인들의 자존심을 해쳐 양안관계 발전에 가장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2003년 대륙에서 발생한 사스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륙이 타이완의 세계보건기구(WHO) 참가시도를 반대한 것이 비인도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초래한 바 있다.

 

마이징우는 올해 5월 총통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WHO 세계위생총회에서 그동안 대륙이 반대한 옵저버 자격을 획득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는데 이에 대한 대륙의 태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진타오의 이번 연설에서도 “‘두 개의 중국’ 혹은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타이완’이라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는 전제 하에서” 양안이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는 입장만을 밝혔다. 이에 대한 타협점이 찾아질 수 있는가가 양안관계가 탐색전을 넘어서 본격적인 발전단계로 나갈 수 있는지, 아니면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한 논쟁으로 양안관계가 다시 후퇴할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서남포럼. 2009.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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