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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한-미 FTA 재협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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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1-11 10:45 조회20,5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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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가장 걱정스러운 점의 하나는 그것이 초래할 정부 권한 축소다. 시장 자유 최대화와 정부 개입 최소화를 요체로 하는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그대로 녹아 있는 협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규제나 공공정책 등이 자신의 투자 이익을 침해한다고 여길 경우 언제든 우리 정부를 국제중재부에 제소할 수 있게 한다. ‘비위반 제소제’ 역시 유사한 이유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국제재판부에 불러낼 수 있도록 한다. 우리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미국 쪽의 잦은 제소 또는 제소 가능성으로 규제나 공공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크게 위축될 것임이 뻔하다. 한편, 역진방지 기제라는 ‘래칫’ 조항은 협정 체결 때 유보 목록에 들지 않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서비스 시장 영역은 영구히 자동개방 영역으로 남도록 한다. 설령 사후 지나친 개방으로 공공성 훼손이나 해당 산업의 위축 또는 양극화 등의 문제가 악화된다 할지라도 우리 정부는 개방 철회나 축소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조항들이 우리 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상당히 침해할 것이며, 그만큼 무규제와 탈규제의 폐해가 심각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무규제와 탈규제의 위험성을 확인해준 사건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규제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강화를 도모해야 할 때다. 신자유주의 주도국인 미국에서조차 ‘시장 실패론’과 ‘국가 귀환론’이 떠오르고 있고, 실제로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조처들이 취해지고 있다. 유럽 등 미국 바깥에서는 국내는 물론 국제 수준의 규제 강화론도 크게 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정책 등을 고집한다. 신자유주의의 위기 시대에 신자유주의화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청개구리 모습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을 우리가 먼저 서둘러 끝냄으로써 미국 쪽의 비준을 압박하자는 것도 과연 ‘역주행’ 정부다운 주장이다. 탈규제사회의 완성에나 도움이 될 그 위험한 협정을 막거나 수정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더 빨리 발효케 하려고 안달인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만큼은 정신을 바짝 차려 이 정부의 역주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마침 줄곧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필요성을 강조해 온 오바마의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했다. 미국은 우리 국회의 ‘선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재협상 요구를 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콜롬비아와 파나마 등과의 에프티에이에서도 미국 의회는 상대국들이 먼저 비준했는데도 재협상을 관철시킨 바 있다. 우리 국회가 준비할 것은 선비준이 아니라 재협상인 것이다. 다행이다.

 

우리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재협상의 장을 주체적으로 활용해 상기한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의 독소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없애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수당의 한계를 극복하자면 사안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시민사회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정부·여당의 선비준 동의안 통과 시도를 막아내는 일이다. 일단 국회의 비준과정이 끝나면 우리 쪽에서는 이제 협정 내용의 일부 변경조차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디 분발해 주시라!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한겨레.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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