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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동아시아 역사갈등을 해결하는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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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0-27 10:42 조회20,7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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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타이베이에 머물 때 겪은 일이다. 저녁 술자리에서 평소 잘 아는 그곳 지식인이 내게 물었다. 신문 독자 투고란에 공자도 한국인이고, 단오절도 한국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는데 그 가운데 나를 언급하는 내용도 있다며 그 사실을 아느냐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맥락으로 봐 내가 한국인들의 그런 주장에 동조해 언급된 것처럼 들렸다.

 

당혹스러워 돌아와 그가 말한 [중국시보]를 뒤져보니, 8월 1일자에 타이베이의 한 대학원생이 쓴 글이 실렸는데 한국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내가 중국어로 발표한 글을 인용하였다. 그 글의 요점은 한국에서 민족주의가 그토록 활발한 역사적 이유를 내 글을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투고자는 전통시대 동아시아 지역질서인 화이질서를 설명하면서 중국이란 ‘대중심’과 한국이나 베트남 같은 ‘소중심’ 및  주변으로 구성된 중층적 질서인데, 그 속에서 소중심으로 자처한 한국은 그에 힘입어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 나의 글의 내용을 원용했다. 그가 이 부분을 인용하면서 내용을 왜곡한 것은 아니다. 단지 “중화문화의 역사나 인물 또는 유산을 한국 자신의 문화체계 속에 집어넣는”다고 그가 본 일부 한국인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 글을 원 맥락과 관계없이 활용하다 보니 마치 나 자신이 위의 주장을 지지한 것처럼 오해받을 수도 있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런 일을 직접 겪고 언론매체의 한국 관련 글의 보도 경향에 새삼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중국 대륙에서는 한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한창이었다. 이른바 중국의 ‘혐한론’이 전에 없이 대두된 것이다. 

 

 정말 한중관계가 한일관계처럼 나빠질 조짐도 보이는 상태인가. 만일 그렇다면 사전관리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서 이미 뜻있는 지식인들은 물론이고 정부 유관부처까지 염려하면서 우호적인 한중관계를 위해 여러 분석과 대책 들을 내놓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혐한론을 야기한 요인의 큰 몫이 역사문제란 조사보고를 접하면서 역사학자인 나는 작년에 유네스코(UNESCO) 주관 국제회의에서 발표하면서 주장한 ‘역사옴부즈맨’ 운영이 다시 떠올랐다.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그동안 동아시아의 역사분쟁을 넘어선 역사화해를 위해 다양한 제안과 실천방안이 나왔다. 그 가운데 역사학자의 과제로는 공동의 역사교과서 제작 이외에도 역사공동연구의 중요성이 흔히 제기된다. 각각의 국가의 민족주의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맡을 “학문공동체의 건설을 통해서만 문제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나는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역사분쟁을 야기하는 역사 서술의 사례를 조사·공표하는 ‘역사옴부즈맨(Ombudsman)제도’의 도입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요즈음 언론의 자율적 규제 장치로서 자주 거론되는 이 감시·감찰 제도를 역사 지식의 생산(즉 연구)과 유통(즉 교육)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유네스코 같은 국제적으로 귄위있는 기구에서, 또는 현재 진행중인 ASEAN+3의 세부 사업의 하나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럴 경우, 동아시아 각국간의 역사분쟁 내지 역사왜곡 사례를 조사하여 언론에 공표하는 등 간접적인 강제수단을 동원하여 역사화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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