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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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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9-26 09:43 조회24,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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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안이야 항용 콩 튀듯 팥 튀듯 했지만 그예 밖까지 번졌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발발이라니 참으로 희한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양키물건’으로 속칭되곤 한 미제(美製)의 위력과 유혹 속에 자란 내게 뉴욕사태는 소문의 현실성을 새삼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하여 이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는 미국정부의 정책 또한 조롱거리다. 10여년전 금융공황이 홍역처럼 동아시아 전역으로 퍼질 때 아시아모델에 대한 미국모델의 승리를 자축하며 IMF가 금기했던 구제금융정책을 지금 미국이 채택한 데 대해, IMF의 규제철폐 권고를 거절하고 국가의 시장개입을 통해 독자적 경제회생의 길을 걸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미국의 이중잣대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발등에 불 떨어지자 그들이 전도한 신자유주의를 스스로 배신한 부시행정부의 꼴도 꼴이지만, 더욱 놀라운 건 저 아득한 태평양 너머에서 일어난 일이 바로 한국인의 일상생활로 짓쳐든다는 사실이었다. 아, 우리는 이제 정말로 하나인가?

 

  자본의 무한질주가 초래한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의 부정적 실현을 목격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깊숙한 연계를 새삼 깨닫게 한 것이 금번 금융위기이거니와, 그에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가 불거진 것도 공교롭다면 공교롭다. 화불단행(禍不單行), 나쁜 일은 홀로 다니지 않는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 이 사태를 두고 호들갑 떨 거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 또한 하릴없다. 과연 그가 갑자기 부재하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혼란을 상상하는 것은 끔찍한 일인데, 그의 건강설에 대해 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특히 핵통제권의 분실을 우려하며 그의 실권을 반기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 미국의 신호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소비에뜨연방의 종언에 즈음하여 거의 노골적으로 그 붕괴를 아쉬워 한 뜻밖의 반응을 비친 그때 미국을 연상케 한다. 무릇 권력은 권력을 거의 본능적으로 지지한다. 더구나 그 존재가 절대적일 때 그 효용은 더욱 커질진대 김위원장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해 미국이 본능적 공포를 가질 법도 하다. 이 점에서 사태가 더 이상 나쁜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여러모로 대비책을 세워 두는 일이 더욱 절실해진다.

 

  국민 또는 시민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최근 인천시교육청이 실시한 인천의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6.25를 누가 일으켰는가에 대한 응답이 특히 흥미롭다. 북한이 많은 것(초등생 68.2%, 중고생 63.8%)은 당연한 턴데, 그 다음 순서가 초등생은 일본(16.8%), 중고생은 미국(11.1%) 러시아(7.0%) 중국(2.8%) 남한(2.4%)으로 가관이다.(경인일보 8.22) 나라들의 다채로움과 ‘모른다’도 7%니 한마디로 6.25에 대해 거의 무지상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전쟁 나면 동참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앞장서 싸우겠다는 답을 넘어선 것과 아울러 설문결과에 대해 시교육청은 충격이라고 난리들이지만 이 통계들은 비단 인천의 초중고 학생들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전국도 비숫할 것이고 대학생들도 크게 어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2001년 1학기 인하대에 <북한문학의 이해>라는 강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정말 우스개 삼아 경의선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연결된 철도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적어도 북한지방에 관한 한 한국교육은 내가 다닌 초등학교 시절보다 후퇴했다. 우리때는 분단 또는 6.25 이전의 북한지방에 대한 상식이 그런 대로 풍부했던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 강좌를 문학은 젖혀두고 북한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그 하얀 공간에 상식의 지도를 그림으로써 장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인식의 지도그리기’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번 설문결과를 보면서 나는 북을 남의 상대로 의식하는 정신적 상태를 유지하는 훈련이 남쪽에서 광범히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시민적 준비를 시작했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이 떠올랐다. 예컨대 6.25에 대해서도 탈이념적으로 상식과 사실에 근거해 그 경과와 결과를 시민적으로 공유하는 상호학습이 종요롭다. 우리 세대가 받은 반공교육이 요즘의 무지보다 낫다고 할 수도 있다. 적대는 우호로 이동할 수 있지만 무지는 운동 자체를 봉쇄하기 때문이다. 이 자율적 훈련을 통해 남한/북한과 북조선/남조선이라는 서로 꺼리는 용어 대신 우리 스스로 남은 한국/북은 조선이라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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