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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슬픈 죽음들이 내는 발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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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9-24 14:32 조회28,6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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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http://www.edasan.org) 2008.9.23

 

 

슬픈 죽음들이 내는 발신음(發信音)

 

염무웅(문학평론가)

 


이념적 편견이나 현실적 이해득실을 떠나 맑은 마음으로 읽는다면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전해줄 거라고 생각되는 책들이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고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이다. 그런데 잘 알고 있듯이 지난 여름 이 책들은 국방부로부터 불온서적 딱지가 붙어 군부대 반입이 금지되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현기영씨가 농담삼아 말했듯이 검열 담당자가 더위를 먹은 탓인지, 아니면 국방부가 이명박 정부에 자발적인 코드맞추기를 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꽤 오래전에 출간되어 잊혀져 가던 그 책들을 그런 방식으로라도 언론에 다시 띄워주고 싶어서였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 국방부가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공문을 보내어, 고교 교과서의 한국 근·현대사 서술내용을 일부 고칠 것을 요구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 것들 중에는, 가령 제주도 4·3사건에 관하여 “공산당 조직이 배후에 있고 경찰 발포는 군중투석에 따라 시작됐는데, 발포 사실만을 지적해 사건을 왜곡시키고” 있으므로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기술하도록 요구했다든지, 5공통치와 관련하여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하였다”는 내용을 “전두환 정부는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고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경향신문, 9월 18일자)

남과 북의 억울한 죽음들


알다시피 현기영은 고향이 제주도이고, 그의 주요 작품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경험했던 참혹한 비극과 연관되어 있다. 그의 이름을 문단에 각인시킨 소설「순이 삼촌」(창작과비평, 1978.가을호)을 원고로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충격과 두려움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깐깐한 집필자세로 인해 결코 다작(多作)일 수 없는 현기영의 문학세계에서 4·3항쟁은 운명과도 같은 무게를 갖는다. 그러나 그는 작품의 어느 페이지에서도 섣부르게 이념적 또는 당파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진압군의 편도 아니고 반란자의 편도 아니며, 오직 죽은 자들의 편, 다시 말하면 고향사람들의 편인 것이다. 그의 문학이 주는 감동의 원천은 거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근·현대사는 너무나도 많은 억울한 죽음들의 비명소리로 채워져 있다. 그 절정은 두말할 것없이 6·25전쟁이지만, 전쟁 이전에도 이후에도 살육의 광기는 남북을 가리지 않고 이 땅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4·3사건은 그 시발점이었고, 전쟁발발 직후 남한 전역에서 자행된 좌익혐의자 집단학살은 아직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판 마타하리’라는 언론의 명명 속에 간첩죄로 처형된 김수임 사건은 워낙 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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