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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역전된 남북관계와 양안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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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5-26 09:37 조회18,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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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등장 이래 남북 사이에 냉기류가 조성된 것과 달리 대만 새 정권 등장 이래 해협 양안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마잉주 총통이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양안이 평화와 공영을 달성할 이 역사적 기회를 붙잡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하자 이틀 뒤 천윈린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대만 동포들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92 공식’(共識)과 ‘일중 각표’(一中各表) 원칙 아래 양안 협상을 재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92공식’이란 1992년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와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 대표가 합의한 것으로, 대만과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게 해 주권 문제는 제쳐두고 양안 국민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 합의는 뒤에 ‘일개 중국, 각자 표술’ 또는 ‘일중 각표’라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천수이볜 전 총통의 등장으로 이 원칙은 사문화했고 양안관계는 급랭됐다. 일중 각표 원칙 복원의 첫 가시적 결과는 오늘 중국 방문길에 오른 우보슝 국민당 주석과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의 회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양안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양안 주민들의 상호인식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쓰촨성 지진참사가 발생하자 거의 모든 분야 대만 시민단체들이 피해자 돕기 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국민당의 대륙정책을 지지하는 <연합보>는 이번 참사에 대한 대만인들의 대응을 통해 양안 인민이 같은 피를 나눈 형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협 양안 사람들이 관계 개선에 거는 일차적 기대는 경제다. 마 총통의 양안관계특보 쑤치는 “새 정부 출범 첫해 양안문제의 주요 의제는 경제”라고 밝혔다. 마 총통 역시 취임사에서 올 7월부터 중국과의 직항 금지를 풀어 주말마다 양안을 오가는 전세기를 띄우고 중국인 관광객에 문호를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만 전역에는 관광특수를 겨냥한 새로운 음식점과 호텔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고 한다. 대만 정부 역시 올 2월 4.3%로 추정했던 경제성장 목표를 0.5%나 높여 4.8%로 잡았다.

 

마잉주 총통과 마찬가지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마 총통과는 반대로 성장 목표치 낮추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쳐도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고, 건설경기라도 부양할까 기대했던 대운하마저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물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지만, 집권 초반 섣부르게 대북 강경론을 외친 탓에 아직 대화 통로조차 못 찾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렇게 추수하는 미국에선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서면서 대북 강경파조차 인프라 건설 지원 등 파격적 제안을 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고 서재정 코넬대 교수는 전한다.

 

주변국들이 이렇듯 잰걸음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머뭇거리다간 선진화는커녕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도 힘들게 된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을 한시바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조건없는 대북 식량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엔식량계획을 비롯한 대북 지원단체들은 이른 시일 안에 원조식량이 북녘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량 아사 사태를 빚을 수 있다며 한국과 중국·일본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참사가 일어나야 비로소 돕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대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는가.

 

권태선 논설위원

(한겨레. 200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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